우리 스스로 오랑캐라고 자처하다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지형의 특징은 동고서저(東高西低)입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큰 강은 서쪽인 서해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중국은 우리와 반대여서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입니다. 황하나 양자강이 모두 동쪽으로 흘러 황해로 들어가지요. ‘만절필동(萬折必東)’은 충북 괴산군 화양구곡에 새겨져 있기도 하고 가평 조종천의 만동묘에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라는 의미의 글은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는 중국과 관련된 글귀이지요. 어쩌면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의 의미가 큽니다. 우리나라의 서쪽에서 물이 동류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형상 사행천으로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잠시 동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이 중국과 닮았다고 여겨서 중국 황제를 기리는 만동묘를 세웠습니다. 만동묘는 중국의 만력제와 마지막 황제인 의종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그런데 만동묘를 오르는 마지막 계단은 중국 황제를 상징하는 9층으로 만들어졌고 경사를 70도 안팎으로 가파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는 조선의 백성이 천자를 뵈러 올라가면서 똑바로 서서 올라갈 수 없도록 만든 의도가
- 정운복 칼럼니스트
- 2025-01-13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