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작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비스조드로 날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여자가 잠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 이순원, 《은비령》 1996년 발표되어 절찬을 받은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은 맨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2천 5백만 년 뒤에 다시 돌아온다는 혜성에 실어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우주라는 영원의 시간에 봉인해놓았다. 18년 전 소설의 무대가 된 은비령을 처음 밟고서 그 느낌을 압축한 글을 쓰면서 나는 그들의 별 대신에 내 마음의 별을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란 별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여름에 어디 휴가 안 가세요?」 「아, 은비령으로 갑니다」 「네? 은비령요?」 친구는 그런 지명이 어디 있느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듣는데요, 은비령이란 곳은?」 「아, 그러실 것입니다. 한계령에서 가리산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묻는다. 「지도를 찾아봐도 안 나오는데요?」 「아, 물론 안 나옵니다. 같은 이름의 카페가 혹시 검색될지도요」 이렇게 말하고는 나는 친구가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서울을 벗어나 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는 곳은 강원도 인제 하추리에 있는 한 펜션. 서울서 양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태백산맥 바로 밑 인제 요금소까지 온 뒤 거기서 일반국도로 내린천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펜션이 나온다. 서예를 하시는 송은 심우식 선생이 우리를 맞는다. 그분이 우리에게 와서 하루 이 펜션에 자고 가라고 권하셔서 문득 지난 추억이 생각나 얼른 달려오는 길이었다. 그 펜션은 은비령에 대한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맺은 곳이다. 18년 전이면 내 나이 50대 초반, 당시 회사 일로 바쁘다가 당시에도 이 폔션에 초대받아 급하게 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우리는 하루를 묵고 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