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는 대화천 오른쪽 둑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국도 31번 도로가 지나가는 하안미교를 다리 아래로 건너자 오른 편에 비석 2개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나는 하안미1리에서 세운 ‘88 서울올림픽 기념 비석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1리 사람들이 왜 서울에서 열린 88올림픽을 기념하는 비석을 세웠는지 잘 모르겠다. 당시는 권위주의적인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정부에서 비석을 만들라고 시켜서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다른 비석에는 ‘半程’(반정)이라고 세로로 비석 이름이 쓰여 있다.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반정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이 곳은 예부터 한양(서울)과 영동 지역을 이어주는 길목으로서 원주와 강릉의 중간지점 (각 200리)이라 하여 반정(半程)으로 불리고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공문서의 전달이나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고 갈 말을 매어두는 역(驛)과 이 길을 오가는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주막집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흔적을 찾을 길 없다. 선인들의 애환이 서린 고장의 유래를 후세에 전하고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을 길이 간직하고자 이 돌을 세운다. 1993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침마다 산을 오르는 일이 하루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인데 요즘 하루하루 초록이 녹색으로 짙어지면서 그 푸르름을 보면 온종일 컴퓨터다, 손말틀(휴대폰)이다, 책이다, 무언가를 읽느라고 피곤해진 두 눈에 시원한 청량제를 받는 듯 상쾌하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면서 그 사이로 새들이 예전보다 더 자주 나오고 노래도 부른다. 꿩도 나와서 인사를 하고 한동안 못 보던 뻐꾸기가 아파트 근처까지 날아와 길게 우는 소리로 귀도 흥겨워졌다. 청설모는 아예 사람이 다가가도 떠날줄을 모른다. 며칠 전부터 부쩍 날도 더워져 어느덧 초여름인데 가만히 보니 24절기 상으로 소만(小滿)을 지났음을 알겠다. 우리가 추운 겨울에는 봄이 오니 안 오니 하면서 입춘과 우수 경칩을 열심히 찾곤 하였는데 그만 봄이 오고 나면 24절기를 잘 찾지 않으니 소만이라고 하니 뭔가 갑자기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 이름 같은 생경함이 있는 것 같다. 절기상으로 보면 소만(小滿)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온다는 정도는 알지만, 이 말의 뜻은 무엇이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고 산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