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여러 사람들이 말을 한다. 문화재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전시회를 봐야 한다고. 그래서 마침 연휴 뒤끝,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으로 갔다. 그것도 이태원 쪽 리움미술관 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아주 편하게...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작품을 모아놓은 용인 호암미술관의 가장 큰 겸재전시회다. 겸재의 원화를 한꺼번에 가까이에서 처음 보는 기회다. 가장 유명한 인왕제색도. 이건희 회장 생전에 아끼며 호암미술관에 보존해 오던 것인데 사후에 나라에 기증되어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겸재의 대표작이다. 인왕제섹도(仁王霽色圖), 인왕산의 제색을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제색이란 말의 제(霽)는 비가 그친 상태를 묘사한 글자이니 인왕제색(霽色)은 비가 그친 인왕산의 산뜻한 경치를 말함이다. 비가 걷히면서 바위들이 깨끗한 자태를 드러내는 광경, 가만히 보면 그 광경이 동영상처럼 움직여 피어오르는 듯 착각에 빠진다. 가장 큰 특징은 흰색에 가까운 인왕의 봉우리와 암석들이 먹의 검은색으로 그려진 것. 아주 새롭고 신선한 기법이다(세상을 뜬 한국화가 남천 송수남이 남해 다도해의 풍광을 그리면서 봉우리들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주말에 호암미술관 공부하러 가는 것 어떠세요?"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의 작은 모임에서 누군가 제안하자 선뜻 좋다고 응답한 것은 아주 오래전에 가 본 호암미술관이 궁금해서였다. 4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나서다. 1982년 4월 용인 자연농원의 부지 한쪽에 이 미술관이 완공되어 개관기념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문화재를 공개한다고 했다. 당시까지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당대 최고의 미술품을, 심혈을 기울여 모아왔고 그것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였던 것이다. 그때 당시 KBS는 다른 언론사에 앞서 단독으로 작품들을 촬영하고 해설을 붙인 영상물을 만들어 정규 9시 뉴스 시간에 7분 30초란 시간 동안 내보낸 적이 있다. 그것을 위해 필자가 미리 사흘 동안 현지에 가서 촬영 취재를 했었고 그러한 최고의 수집품 공개에 따른 반향도 컸다. 그곳에 간다니 문득 어릴 때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랬단다. 나는 개관전 때 받은 명품도록, 40년 동안 이사 때마다 갖고 다니던 도록을 꺼내어 다시 보았다. 신축한 미술관 건물과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각각 겉과 본체 표지로 쓴 것이 새삼스럽다. 그때는 자연농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