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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뇌성마비를 딛고 물속의 아름다움 끌어올리다

한경혜 개인전 “물이 품은 자연” 운현궁 기획전시실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시간을 가두고 싶었지만 시간은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고 물처럼 흘러 흘러간다. 바람의 형상은 보이지는 않지만 옷깃을 스치고 몸에 부딪히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바람 역시 느낄 수는 있으나 가둘 수는 없다. 심성을 표현 하고자 해도 그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말고 맑은 최상류층 물을 보여주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전달할 수 없는 무능력자다.” 

한경혜 작가는 서울 종로구 운현궁 기획전시실에서 여덟 번째 이야기 물이 품은 자연을 열면서 이렇게 애기하고 있다. 

 

   
▲ <평온한 일상>, 45×74cm, 한지에 수묵담채, 2015

그는 말한다. “장애는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에게만 불편할 뿐이다.”라고 말이다. 한 살 때 앓은 뇌성마비로 삶과 죽음을 넘나들다가 일곱 살 때 성철스님을 만나 3천배로 장애를 이겨내고 화가의 길을 득도한 한경혜 작가(40)가 바로 그 사람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통의 그림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그의 득도가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음인가? 그림은 전통 한지에 수묵담채로 계곡의 물속이나 바다 속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자극적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속삭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물속에 담긴 우주 자연’. 생명의 원천이자 상징으로서 물과 돌, 물풀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20여점을 걸었다. 화폭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실제 물에 잠긴 돌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물과 돌 그리고 물풀 사이를 맘대로 헤엄치며 노니는 물고기들이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듯하다. 한국화 고유의 농담과 색채를 표현하면서도 절제미를 한껏 뽐낸다. 특히 물고기는 물속에서 단풍과 노닐다가 토라져 회향하기도 하면서 깊은 철학적 세계를 넘나든다. 

 

   
▲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는 한경혜 작가

   
▲ <물고기의 단풍놀이>, 39×59cm, 한지에 수묵담채. 2015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붓으로 물이나 돌, 물풀을 그릴 때 그들이 가진 내면의 소리를 화면에 잡아내려 노력했다. 또 돌과 물, 물풀에 대한 묘사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풍경의 한 자락이라기보다는 내 맘속의 한자락 풍경이라고 보면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절 수행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를 담은 책 오체투지(반디미디어, 2004)경혜의 인연 이야기, 삼관문을 통과하다를 펴내 주목받았고, 2009년 홍익대 대학원에서 역시 그답게 동양회화에 나타난 물 표정 연구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담 도중 작가의 어머니가 전시실에 들어온다. 어머니는 나는 한경혜 작가를 수발하는 그저 무수리일 뿐입니다.”라며 애써 자신을 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오늘의 작가를 만들어낸 어머니, 하지만 따뜻한 정이 듬뿍 묻어날 뿐 그저 조용히 웃고 있다

 

   
▲ <물결 소나타(봄)>, 97×13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5

   
▲ <회향(물고기의 토라짐)>, 31.5×3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5

   
▲ <생각의 형상이 보이다>, 49×74cm, 함지에 수묵담채, 2015

가족과 함께 운현궁에 들렀다가 우연히 전시회를 보게 됐다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온  장성희(교사, 47) 씨는 "물 속의 돌과 단풍 그리고 물고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게 신비합니다. 그것도 장애를 딛고 화가의 길을 득도했다는 게 일반인으로서 나는 뭘 했나 반성해보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인간한계를 극복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선계를 넘나드는 혜안으로 사물과 자연을 묘사하는 화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모교인 홍익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는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며 소박하게 웃는다.

 

   
▲ 한경혜 작품전 전시장과 관람겍

   
▲ "물이 품은 자연" 펼침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