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에누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한자말 “할인판매”나 영어 “SALE”에 밀려 거의 잊혔지만 얼마 전 이마트에 갔더니 ”에누리“란 말을 써서 반가웠습니다. “에누리”란 “물건값을 깎는 일”을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에누리’를 ‘값을 깎아서 사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지만, 원래는 ‘제값보다 높여 부르는 값’을 뜻하는 말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사꾼의 입장에서는 에누리를 붙이는 것이고, 손님은 에누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에누리를 떼는 것이지요. 당연히 깎아서 팔 것을 생각하고 제값을 높여서 불렀으니 깎아서 사지 않으면 이른바 ‘바가지’를 쓴 셈이 됩니다. 그래서 이 에누리를 두고 흥정이 벌어지지요.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에누리 합시다’라고 하면 값을 깎아달라는 것이고, 파는 사람이 ‘에누리 없소!’라고 하면 제값에 보태어 부른 게 없다는 말이 되지요. (참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 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어쨌든 “에누리”라는 말이 할인판매나 SALE에 안방을 내주었으니 이렇게 어쩌다 만나면 참 반갑고 크게 손뼉을 쳐주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