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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국어시간

[서평] <국어시간에 뭐하니?>, 구자행, 양철북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가난한 이웃, 보잘 것 없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애정, 이게 정말 소중한 우리 마음이다. 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자기보다 지위가 낮고 가진 게 적으면 깔보고 깔아뭉개고 업신여기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 마음을 길러 주지 않으면 평생 거만하게 자기 잘난 줄만 알고 살 것이다. 아이들과 시를 쓰고 글쓰기를 하는 것도 이 마음을 갖게 하는 과정이고 아이들 글은 이 마음에서 나온 열매다.”

 

! 구자행 선생이 평생 교실에서 추구하는 것이 가난한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었구나. 기자는 구자행 선생의 책 국어시간에 뭐하니?를 읽어 내려가면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하나 푼 듯 무릎을 쳤다. 왜냐하면 그가 이 책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고갱이가 거기 숨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웃(178)은 이 책의 여러 주제 가운데서도 기자의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우리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우리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잖아. 자라온 이야기도 그렇고, 식구들 이야기도 그렇고, 친구나 학교 이야기도 그렇고,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벗어나서 우리 이웃으로 눈을 돌려보자구 선생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길을 이웃에게 돌리도록 유도한다.

 

내세울 것도 없지만 꿋꿋하게 사는 사람들...시장에서 장사하는 할머니, 공사판에서 벽돌 나르는 아저씨,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노점상 아저씨...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서 시를 써보자.”

 

(앞줄임)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주머니 귀퉁이가 떨어진 조끼를 입고

한 아저씨가 지하상가

계단 중턱에 앉아 있다

 

그 앞에는 면봉과 이쑤시개가

어지럽게 놓여있다

종이박스 쪼가리에 아무렇게나 쓴 글씨로

“2천원

아저씨의 애타는 눈을

아무도 보지 않는다

(뒷줄임)   - <면봉과 이쑤시개> 가운데 /부산상고 3학년 함수정’(194)-

 

아이들은 그렇게 주변을 관찰한다. 그렇게 조금씩 이웃을 관찰하고 따스한 시선을 갖는 훈련을 한다. 아는 만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책이 아닌 몸으로 주변을 살핀다. 그런 아이들에게 삶의 혜안을 누에고치 실을 뽑듯 조금씩 끊어지지 않게 잡아당겨 주는 선생님!

 

국어시간에 뭐하니?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흔히 사람들은 고3 국어시간에 입시용 문법이나 익히는 줄 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사실 기자 역시 과거 국어시간에 따분하리 만치 철저히 시험용 국어를 익히느라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선생님은 항상 근엄했고, 무엇을 하던 시험에 잘나오는 구절만 강조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구자행 선생의 국어시간은 다르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국어시간에 뭐하니?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몸으로 붙잡은 말-시 쓰기-, 니 이야기를 붙잡아라- 자라온 이야기 쓰기- 의 세 얼개로 짜여 있지만 그 안에 설정된 주제는 곧 하나의 소설이 되고도 남을 이야기들이다. 아니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봐도 흥미로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우리 반 학급일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또 함께 나누면서 자기의 삶이 귀중한 줄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내가 꿈꾸는 교실이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가운데-


백일장에서 상을 타면 대학 들어가는 데 점수가 된다고 하니 학원 같은데서 시를 지도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수상작을 살펴보고 심사위원들의 경향을 분석해서 그 백일장 입맛에 맞는 시를 미리 훈련해둔다는 것이다. 겉으론 그럴듯해 보이지만 마치 향기가 없는 조화 같다. - ‘몸으로 붙잡은 말 시 쓰기’ 가운데-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간다. 친구를 따돌리거나 따돌림당했던 이야기, 선배나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맞으면서 힘들게 지낸 이야기, 엄마가 집을 나가고 동생들 돌보며 지낸 이야기, 구치소에 같힌 엄마 면회 간 이야기,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당한 억울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아이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보인 글이다. - ‘니 이야기를 붙잡아라’ 가운데 ―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구자행 선생 학급의 학생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구 선생님과 만난 녀석들은 되게 운 좋은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이들이 깔깔대고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지낼 수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는 선생의 열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교육이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구자행 선생의 국어시간이야말로 교사의 자질이 백 퍼센트아니 이백 퍼센트 발휘되고 있는 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국어시간을 단 한명의 낙오자가 없도록 인내하고 보듬어주는,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을 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도록   국어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교실의 모습일 것이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꾸며가는 국어시간을 원하는 교사라면, 그리고 우리 아들딸의 국어시간을 들여다 보고 싶은 학무모라면 한번쯤 내아이의 거울 같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구자행 지음 국어시간에 뭐하니?, 양철북,14000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부대끼며 지내온 기록

[대담] 국어시간에 뭐하니?지은이 구자행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죽어라 공부만해야 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한번 벗어나보게 하고 싶었다. 더러는 게으르고 느려터진 녀석들도 인내를 갖고 기다려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아이들은 곧 마음의 문을 연다.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고, 동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손뼉을 쳐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어떻게 말문을 트는지, 글을 써야 하는지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부대끼며 지내온 기록이 이 책이다."

 

- 국어시간에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


  "요즘 사람들은 글쓰기는 물론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설득력 있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야기 하기와 글쓰기는 삶에서 기본이 아닐까한다. 따라서 나는 국어시간에 이 글쓰기 능력과 이야기하는(storytelling)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하고 있다."

 

- 국어교사를 오래하면 타성에 젖기 쉬운데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벌써 여러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한 열정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

 

  "물론 교사들은 타성에 젖어서 살기 쉽다. 그러나 타성에 젖어 사는 것은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교육자로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도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종요롭다는 생각이다. 또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믿고 그런 삶을 살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 국어교사로 보람이 있던 때와 앞으로의 계획은?

 

   “국어교사로서의 보람은 여러 가지 있지만 특히 아이들과 통한다고 느낄 때 나는 가르치는 일이 참 행복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통하는 교육이 되도록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역시 지금까지처럼 글쓰기 교육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일에서도 종요롭기에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해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