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자료인 ‘최근 3년간(2013~2015) 시군구별 65살 이상 노인인구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살 이상 인구는 2015년 677만5101명으로 전체 인구 5152만9338명 중 13.1%를 차지했다. 이렇게 우리사회도 이젠 고령화사회가 되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많이 부실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야 하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랴?
이때 즉흥프로젝트 르뽀엥(Le Point,) 문정온 대표는 발 벗고 나선다. 어르신들이 신나게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춤을 춘다면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춤꾼이 아닌 어르신들, 그들이 쉽게 춤을 출 수 잇을 것인가? 그러나 지난해 공연을 보면 어르신들은 무대에서 캉캉춤으로 인정받았기에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가 열리자 막은 찔끔 열린다. 그리고 그 찔끔 사이로 발이 보이고, 고무신이 놓여 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 사이로 출연자들은 고무신을 신을까 말까, 발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러다 막은 올라가고 “나의 살던 고향은” 동요와 함께 고무신으로 뒷짐 진 출연자들이 보인다. 그리고 고무신을 이용한 온갖 유희가 벌어진다. 그야말로 프로그램 “고무신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에 고무신 신고 개울가를 건너 친구들과 고무신 꺾어 신고 미끄러지거나 올챙이를 건져 올리며 놀았고 기차놀이를 하고, 어머니가 사주신 고무신을 못 신고 아끼며 잠 못 이루던 시절 등등 고무신이야기들을 즉흥적으로 각개인의 창작을 하여 끌어낸 작품이며, 고향의 봄의 노래에서는 어머님들이 뒤를 보고 걷는 장면은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상“이라고 한단다. 이 프로그램에서 초보 춤꾼 어르신들은 전혀 어색한 점이 없다. 프로 춤꾼을 방불케 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빨래방망이”다. 출연진들은 빨래방망이를 춤의 도구로 음악의 도구로 삼는다. 역시 온갖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시집살이로 스트레스 받았던 시절들을 빨래방망이를 통한 리듬과 풍자적 이야기로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는 화려한 막춤을 구성한다. 이어서 열리는 독무. 어르신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 어쩌면 그것은 지우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 깊은 슬픔의 한을 즉흥무로 표현한다. 우아하지만 그 속에 한을 내뿜는 모습이다.
오늘의 마지막 프로그램 출연진의 몸과 쓰레기통을 이용 리듬 치기다. 난타가 아니라도 이들은 충분한 음악과 몸짓을 만들어낸다. 올해는 캉캉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춤의 향연이다. 몸짓의 향연이다. 단순한 동작이 아닌 그들만의 철학이 담긴 뛰어난 작품이다. 깊어가는 가을밤 그들에게서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