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담 배 아버지는 심심해서 담배를 피운다고 하셨다. (내 아이적 들은 말이다) 저 화장터도 심심해서 길다란 담뱃대를 하늘에 겨누었을까? (오늘 아버지를 화장한다) 그런데 나도 지금 심심해서 담배를 꼬나무나 (높다란 굴뚝에서 흰 연기 한 가닥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
해설
시 “담배”(석화, 《흑룡강신문》1986년8월16일)는 얼핏 보면 순간적인 감수를 심상한 시행속 에서 펴보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심상한 시행의 리면에는 보다 복잡하고 곡절적인 과정적 느낌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하여 서정시의 사색적분위기를 짙게 한다. 여기서 이 시의 함축적의미를 해독하는데 있어서 관건은 아마 “담배”란 단어의 상징적 의의를 벗겨보는 일일 것이다.
담배라고 하면 보통 위에서 언급한 시에서처럼 “심심해서 피우는” 심심풀이로, 또는 무슨 사색에 더 깊이 빠지기 위한 “윤활제”로, 아니면 어떤 고충을 잊어버리기 위한 “망각제”로 이밖에 많은 용처에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물건이다.
그런데 담배의 이런 일상적인 용처는 시 “담배”에서 거의 종합적으로 나타남과 동시에 담배의 본 의미를 벗어나고 있다. 그것은 화자가 “심심해서 피운다”고 하는 아버지의 말씀의 참뜻을 그 아버지를 고별하는 장소에서 영별의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하여 취하는 자신의 흡연행동에서 그 어떤 관습적인 동질성을 발견함으로써 깨닫게 된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 관습적인 동질성이란 흡연을 그 어떤 심리적 고통을 달래거나 망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는바 어릴 적에 본 아버지의 흡연행위가 결코 “심심풀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그 어떤 심리적 고통을 감추려는데 지나지 않으며 고통을 묵새기려는 그런 행동이 오늘 아들인 화자자신의 몸에서 다시 나타남으로써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표면적으로 단순하게 보이는 흡연행위지만 그것이 시적환경에 용해될 경우 화자 나름의 색다른 감각으로 새로운 의미를 확충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 속성 그대로를 갖고 있는 대상물을 시적대상으로 파악할 때에는 시인의 사고방식과 시적 표현능력에 따라 일반적인 속성 외에 개별적이고도 특수한 속성이 첨가됨으로써 원래의 일반적 속성을 보충하거나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김경훈, “읽는 재미와 이미지씹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