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사는 법 능금나무 한그루 뜨락에 옮겨놓고 사는 법을 배운다 봄이면 지나가던 나비, 꿀벌도 화들짝 놀라게 꽃을 피우고 땡볕이 쨍쨍한 칠팔월에는 인내의 땀방울을 안으로 모아 알알이 열매를 무겁게 하고 마가을* 찬바람엔 남은 잎사귀마저 다 뿌려주고 함박눈이 쏟아져도 그런대로 칼바람이 불어와도 그런대로 맨몸에 빈가지로 말없이 서서 다시 올 봄의 꿈을 조용히 펼쳐가는 능금나무 한그루 뜨락에 옮겨놓고 사는 법을 배운다. |
* 마가을 : 늦가을
해설
시는 겉을 보면 붓으로 쓰는 것 같지만 실은 그건 시행 위에 흘러가는 마음의 시내이며 강물이다. 언제 가선 시는 또 마음의 격랑으로 사품치는(물살이 계속 부딪치며 세차게 흐르는) 바다로 될 수 있는 것이다. 매 시행에 박힌 글자글자마다에는 시인의 사상과 감정이 고여 있다.
석화의 시는 실은 그의 인생관념과 미학관념, 시창작관념의 시형식으로의 표현일 것이다. 염열한(炎熱, 몹시 심한) 더위에도 “인내의 땀방울을 안으로 모아 / 알알이 열매를 무겁게” 맺고 엄동설한에는 빈 가지에 겨울을 이기며 오는 새봄을 “조용히 펼쳐가는” 그 인간미와 인격미, 생명미는 얼마나 감동적인것인가!
여느 시들에서는 이미지는 이미지고 사상과 의미는 사상, 의미대로 동떨어져 나타난 조잡한 조합식의 시로 되어있지만 석화시에서는 그 부족한 점을 깨끗이 가시고 이미지와 의미의 유기적 통일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은 탐구과정에서 달성된 시인의 독창적이며 개성적인 시사유의 결과이다.
필자의 소견에 석화는 전통시와 현대시의 집합부에 좌표를 두고 탐구를 거쳐 한때 침침하던 우리 시단에 새로운 서광을 맞아오며 시 창작에서 눈부신 전변을 이룩해가는 시인으로 보인다. 그의 일련의 시들에서 나는 우리 시의 밝은 전망을 비껴본다. 나는 시인의 “능금나무”의 이미지를 살리며 순시도 지체함이 없이 푸른 시 창공을 한껏 날아가기를 소망한다. (전국권, “우리 시단에 서광이 비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