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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도교의 칠성신앙(七星信仰)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5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도교(道教)는 중국 후한시대 장도릉(張道陵)이 창시한 종교이다. 도교가 애초에 추구하였던 것은 신선사상(神仙思想)이었으므로 불로장수(不老長壽)를 이루기 위한 영생사상이 신앙적 목표였다. 그래서 득도에 도달한 사람을 신선(神仙)이라고 말하고, 신선은 곧 죽음을 극복한 존재로 설명되는 게 도교였다(최수빈, 도교에서 바라보는 저세상: 신선(神仙)과 사자(死者)들의 세계에 반영된 도교적 세계관과 구원도교문화연구 2014, 41/305).

 

그러나 음양오행(陰陽五行), 복서(卜筮, ), 무축(巫祝, 신령과 통한다는 박수), 참위(讖緯, 미래 길흉화복의 조짐이나 앞일에 대한 예언 등을 비롯한 도가(道家)의 철학과 불교적 요소 등을 받아들이면서 오늘날과 같은 삶의 실천 속에서의 종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도가(道家)는 넓은 뜻으로 노자를 교조(敎祖)로 하여 뒤에 성립한 종교 도교(道敎)를 포함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도교와 구별한다.


 

도가는 노자를 비롯한 장자(莊子), 열자(列子), 관윤(關尹) 등이 중심 되는 철학파를 가리키는 것이며, 좁은 뜻으로 노장철학(老莊哲學)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철학 실천 아래에서 영생사상을 향한 양생법(養生法)만으로는 도교를 유지시키는데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불멸을 추구하는 온갖 연금술이나 호흡법 등의 비법이 나오게 되었다(Henri Maspero, (Le) Taoisme et les Religions Chinoises, 신하령김태완 역도교

, 1999, 40).

 

이와 같이 도교는 결국 신선사상에 민간신앙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배타성이나 편향성보다는 혼합성과 융화성을 갖게 되었고, 통합적 사상과 신앙체계로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도교는 한국으로까지 유입된 후 한국 고유의 민간신앙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도교 신들이 한국 민간신앙에 나타나는 당집 형식의 건축물인 칠성당(七星堂)을 비롯한 노인성(老人星), 성제당(星祭堂), 일월당(日月堂) (赤松智城秋葉隆朝鮮巫俗硏究, 심우성 역조선무속의 연구 1991)의 신당에 모셔진 현상이 그 증거이다.


 

특히, 노인성(老人星)은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인간의 행복과 장수를 주관하는 도교신인데 남극노인(南極老人), 남강노인(南江老人), 수성인(壽星人), 수성노인(壽星老人), 수노인(壽老人) 등으로도 불린다. 남극노인성은 28(二十八宿) 우두머리 성좌로써 동쪽의 각()과 항()으로 처녀자리에 해당하는데 전쟁이 나거나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는 보이지 않다가 천하가 안정되고 평화가 찾아오면 보이므로 사람들은 행복과 장생의 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수성단(壽星檀)을 짓고 제를 올려 천하태평을 기원했다. 한국 탈춤에서도 영감과 처첩의 삼각관계 속에서 갈등이 야기되어 할멈이 죽게 되었을 때 남강노인이 등장하여 죽은 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진혼제를 펼쳐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한편, 남극노인성은 대흑천(大黑天), 혜비수(惠比須), 비사문천(毘沙門天), 변재천(辯才天), 복록수(福祿壽), 포대(布袋) 등과 함께 칠복신(七福神) 가운데 하나이다.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은 한 손에 장수를 가져다주는 신비의 버섯 영지(靈芝)와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불가사의한 풀을 매단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 다른 한 손에는 3000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다는 반도(蟠桃) 곧 신비의 복숭아를 갖고 있다. 또한 인간은 도저히 알아 볼 수 없는 영지를 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수사슴 한 마리를 대동한다(마노 다카야道敎, 이만옥 역도교의 신들 2001).

 



한국에서의 도교는 624년 고구려 때 받아들이게 되었다. 당나라에서 도사(道士)로 하여금 천존상(天尊像)과 도법(道法)을 가지고와 노자(老子)를 가르치게 된 것으로서 부터 시작되었는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주로 천문과 관련된 일월성신(日月星辰)신앙과 액 퇴치를 위한 부적(符籍)신앙이 일반화되었다.

 

일월성신(日月星辰)신앙은 해()와 달() 그리고 별()의 영적 힘을 숭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밝은 낮을 관장하는 일신(日神)과 컴컴한 어둠을 관장하는 월신(月神), 우주에서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에 대한 신앙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도교의 일월성신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 의례 속에는 별은 물론이고 해달에 대한 믿음도 각별했다. 밝음, 곧 빛(太陽)을 주는 해신은 인간, 동물, 식물이 생명체로써 군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인류 삶 속에 생존되는 자연환경이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위대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고 믿게 되었다. 또한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하지만 지구 주위를 돌면서 태양빛을 거울처럼 반사하여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달신은 어둠을 몰아낸 다기 보다는 오히려 어둠의 일부를 밝히는 영적 존재로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해신과 달신은 마치 수컷과 암컷의 관계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을 유지하면서 삶을 관장한다고 생각한 것이 그들에 대한 기본적 믿음이다. 이와 같이 도교의 일월성신 신앙은 국가에서 의례장소까지 건립할 정도로 활성화를 꽤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상청(上淸), 태청(太淸), 옥청(玉淸) 등을 위한 성제단(星祭壇)이며 이를 관장하는 관청이 소격서(昭格署).

 

소격서를 태종 이전에는 소격전(昭格殿)이라 하여 하늘과 별자리, 산천에 복을 빌고 병을 고치게 하며 비를 내리게 기원하는 국가의 제사를 맡아보게 하였다. 그러다가 1466(세조 12) 관제개편 때 소격서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여기서 지내는 대표적 의례가 초제(醮祭)였다.

 

초제는 밤을 기해 성신(星辰) 밑에서 행해지는데 제단에는 초포병이(醮脯餠餌)의 폐물(幣物)을 진설한다. () , 재앙을 제거하기 위해 밤중에 별하늘 밑에서 얇게 저미어서 양념하여 말린고기인 포()와 쌀로 만든 떡인 병이(餠餌, )을 진설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천황태일(天皇太一) 그리고 오성열수(五星列宿)에 제사하는데, 천황(天皇)은 옥황상제를 지칭하는 것으로써 도교에서 가장 높은 신이며, 태일(太一)은 천지만물의 근원을 가리키는 말로서 태극이나 도()와 같은 개념이다.

 

이때 청사(靑飼)라고 일컫는 제문을 꾸며 의식에 따라 옥황상제(玉皇上帝)에 말씀을 아뢴다.

 

초제의 대상에서 중요한 것은 오성(五星) 또는 혹성(惑星)이다. 이는 땅에 오행이 있는 것과 같이 하늘 동서남북중앙에 다섯 가지의 별들을 말하는데 이를테면, 동쪽의 목성(木星) 또는 세성(歲星), 서쪽의 금성(金星) 또는 태백성(太白星), 남쪽의 화성(火星) 또는 형혹성(熒惑星), 북쪽의 수성(水星) 또는 진성(辰星), 중앙의 토성(土星) 또는 진성(鎭星) 등 태양계에서 지구에 가까운 다섯 개의 별들인 목성, 금성, 화성, 수성, 토성의 오위(五緯)이다.

 

또한 열수(列宿)는 제성(帝星)을 둘러싸고 늘어서 있는 수많은 별들을 뜻한다. 이와 같은 별에 대한 신앙은 수재나 가뭄 등의 재난을 당했을 때 재앙은 물러가고 복이 오라고 빌거나(소재기양(消災祈禳), 별의 위치나 빛에 생긴 이상(성변, 星變)에 따른 진병(鎭兵, 즉 난리를 진압하는 군사적 행동) 그리고 임금, 왕비 등의 역질(疫疾)에 따른 치유기도(治癒祈禱) 등을 목적으로 행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초제는 도교에 심취했던 역대 임금들도 깊이 관여 하였다. 역대 임금들이 지냈던 초제 대상은 당연히 성신(星辰)이었지만 더불어 산천의 여러 신들을 포함한 도교의 상제(上帝)와 동서남북중앙 그리고 산과 바다 등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오방산해신군(五方山海神君)들이 포함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