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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목로(木壚)*에서

 


          블루스 선율이

          적막보다 무겁게 내려앉는 목로에서

          아내에게 들려줄 음반을 고른다

          손가락 끝에서 기타는 울고

          덱스터 고든이 따르는 싱글몰트 한잔을

          색소폰 그 농염의 숨소리로 마신다

 

          나 일찍이 음악을 구법(求法)으로 여겨

          때론 도반들과 밤새워 술병을 비우며 탐닉도 하고

          텅 빈 음악실에서 헤드폰을 덮어 쓰고

          마지막 한 음 까지 찾아내기도 하였으나

          노을 비낀 산 아래선 탁발승처럼

          늘 허기에 시달렸지

          반생을 땡볕 내리쬐는 자갈밭을 헤매다

          기적처럼 나와 닮은 아내를 만나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며

          법()이 거기에 있음을 새삼 알았으니

 

          우주의 한 귀퉁이

          이 푸른 별은 가을밤에 잠기고

          턴테이블은 돌고    

 



                       *1 목로 : 선술집의 좁고 기다란 탁자

                       *2 덱스터 고든 : 재즈의 진정한 구도자로 알려진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3 싱글몰트 : 스카치위스키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