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굳은돌처럼 뜻을 지키고
청결한 얼음처럼 정신을 집중
비고 고요함 잘 지켜
물이 맑아지듯. - 자경(自警)-
보내고 맞이하는 문 앞 길
지는 꽃 사람들 쓸지 않건만
봄바람은 그래도 정이 있어서
시냇가 풀 언덕에 불어보낸다 – 차홍진사중익운(次洪進士重益韻)-
위 시는 허정대사(虛靜大師 1670~1733)가 지은 시로 특히 자경(自警)은 자신의 몸가짐을 경계하기 위해 《도경(道經)》에 나오는 ‘높은 경지의 사람 마음은 고요함을 잘 보존하며 맑은 물과 같다’를 인용하여 지은 시다.
대사의 법명은 법종(法宗)이고 허정은 그의 호이고 속성은 전(全) 씨다. 묘향산에서 월저(月渚)대사와 설암(雪巖)대사에게 배웠다.
바다산 저녁 볕에 숨는 학
깊은 골 가을하늘 흩어지는 구름
줄줄 여울지는 바위 위 물
길이 만고의 시름 품었다
이는 허정대사가 스승 설암대사를 사모하는 뜻에서 지은 시다. 허정대사는 어버이를 그리워 하는 지은 시도 지었는데,
성근비 가을 산밖
저녁놀 고목나무 저쪽
해저문 하늘 기러기 울음
왜 나그네 시름 끌어내나 –사향(思鄕)-
가랑비 내리는 싸늘한 강 저쪽
사라지는 노을 지는 해 저편
고향은 어느곳일까
멀리 바라보는 흰구름 하늘.-망향(望鄕)-
같은 시가 그것이다. 허정대사의 담박한 시는 승속간의 구별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을 특징으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