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복개당의 <삼불제석(三佛帝釋)>은 한지를 비단에 배접하여 조성한 것이다. 무라야마지쥰이 보고한 자료에서 삼불제석은 복개당 내부 가운데에 주신으로 모셔져 있는 세조존영 그 양측에 각각 삼불(三佛) 한 장이 걸려 있다고 한 그림 중 하나이다. 삼불이라고 말한 두 개 그림(‘삼불제석’과 ‘아미타여래삼존불’)의 좌우 배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삼불이라고 부르는 무신도가 세조존영 양쪽으로 각각 모셔져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복개당 삼불제석은 불화의 제석천 그림 형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그림이 19세기 중후반에 조성되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무속화가 불화 기법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그려진 무속화는 불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으므로 그 형식이 불화와 비슷한 경우가 아주 많다.
더군다나 복개당의 <삼불제석>은 화승이 그렸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복개당의 불교식 그림 <아미타여래삼존불>을 보면 불화 영향이 얼마나 많이 미쳤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아마타여래삼존불도 무속신앙의 부처신으로 봉안되기 위해 그려진 것이지만 불화의 형태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기에 눈길을 끈다.
복개당 <삼불제석> 그림이 불화의 제석천 그림을 따르고 있다고 하는 근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도상적 측면에서 고려 불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고려시대에 조성된 <제석도>가 현재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성택원(聖澤院)에 소장되어 있는데 그 형식을 보면, 보관을 쓴 제석천이 봉황 장식으로 된 옥좌에 앉아 오른손으로 천선(天扇, 제선천의 부채)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이를 받치고 있다. 그리고 제석천 아래 좌우 두 사람이 공손하게 합장을 하고 자비로운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그림은 대표적 고려불화로써 복개당 <삼불제석> 그림과 아주 비슷하다. 그림에 나타난 세 사람 모두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머리 뒷부분에 광배를 두르고 있는 것도 복개당 그림과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복개당의 <삼불제석>(제석천) 그림에 표현된 복식 형태나 자태 등을 보면 고려시대의 불화인 일본 성택원(聖澤院) 소장의 <제석도>와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불화와 복개당 <삼불제석(제석천)>의 연관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또 다른 자료로는 일본 복정현(福井縣) 영평사(永平寺)가 소장하고 있는 1483년에 그린 조선시대 <삼제석천도>를 비롯하여, 1741년에 조성된 여수 흥국사 대법당 <제석천도>, 1753년에 조성된 선암사 <제석도>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의 그림을 보면 복개당의 <삼불제석> 그림이 불화 제석천 그림을 이어받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무라야마지쥰이 복개당에 봉안되었던 제석천을 왜 삼불(三佛)이라고 했을까 하는 문제이다. 이 그림이 국립민속박물관 목록에는 ‘탱화’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은 박물관이 소장하면서 붙여진 것이고 본래 명칭은 아니다. 얘기한 바와 같이 복개당 <삼불제석> 그림은 고려불화 제석천 형식을 따르고 있는 것인데, 마을신앙에서는 이것을 삼불이라고 불렀기 때문이고, 무라야마지쥰은 현장조사에서 지역민들이나 복개당 사람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그대로 표기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불교의 제석천이 무속신앙에서 삼불제석으로 모신 지는 오래되었다. 이 신격은 무속신앙의 수많은 신들 가운데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봉신되고 있는 신이며, 또한 불교로부터 넘어온 대표적인 불교적 무신이다. 이러한 무신으로써의 삼불제석은 그림 중앙과 좌우로 배치된 세 명의 승려가 흰 장삼에 고깔을 쓰고 합장을 하고서 연꽃으로 장식된 좌대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리고 삼불제석 주위에는 천상세계를 상징하는 뭉게구름이 펼쳐져 있는 경우도 있고 제석님이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모아 내영인상(來迎印相, 부처님 세계가 온다는 뜻을 보여주는 모습)을 하고서 양손으로 단주(54개 이하의 구슬을 꿰어 만든 짧은 염주)를 늘어뜨려 잡고 있기도 한다. 삼불제석은 무속 신앙에서 자손점지, 수명장수 등을 관장한다.
복개당의 부처 그림은 무라야마지쥰이 보고한 자료에서 당 내부 가운데에 모셔진 세조존영 좌우 중 하나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무라야마지쥰은 이 그림도 삼불제석과 함께 삼불(三佛)이라고 표현하였는데 그러한 것은 그림에서 나타나는 세 명의 인물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불교에서는 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佛)로 통하지만 무속세계에서는 부처로 모시는 신이다. 무신으로써의 부처는 광배를 배경으로 수인을 하고서 연화대에 앉아 있다. 가로 55cm, 세로 115cm의 규격으로써 한지에 비단을 배접하여 조성하였다. 무속세계에서의 부처는 중생을 구원하는 신으로 모신다. 이러한 것은 구원불로써 중생을 위해 존재되는 불교의 기능과 같다. 그러면서 부처는 다른 신격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담당한다.
복개당의 <칠성(七星)> 그림도 세조대왕, 삼불제석, 부처 등과 함께 같은 시기에 동일 화사에 의해 조성되었다. 가로 55.3cm, 세로 115cm의 규격으로 한지에 비단을 배접하여 조성하였는데 도안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일월과 칠성이 혼합된 형태인데다 그림이 상하 두 단계로 겹쳐 그려졌기 때문이다. 위쪽 상단 부분에서는 푸르른 하늘 사이로 떠 있는 구름 배경의 일월 상징인 해와 달 그리고 그 밑으로 칠성 상징인 둥그런 일곱 개 별들이 서로 연결되어져 일월칠성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아래쪽 부분에는 일월칠성을 사람으로 형상화하였다. 광배를 배경으로 한 일월 상징의 두 사람과 역시 광배를 배경으로 한 칠성 상징의 일곱 사람이 윗줄 세 명 아랫줄 네 명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이들이 뭉게구름 속에서 소매가 넓은 포를 입고 손을 잡은 자세로 서 있다. 무속신앙에서의 칠성은 인간들의 명과 복을 관장한다. 칠성은 하늘의 천수를 뿌려 인간을 무병하게 하고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소원성취, 자손점지도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