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해설150행에 달하는 이 시에서 시적 주인공으로 나타난 김삿갓은 조선시대 방랑시인이다. 이제는 이미 백골이 진토되었을 옛 방랑시인을 되살려 현대생활의 절주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디스코를 추게 한 시인의 가설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 그 자체를 중복하는 것과는 더 넓은 뜻에서 상징과 내부함의를 묘파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가설성은 결코 현실에 대한 이탈이 아니다. 다만 과장, 변형, 추상, 황당 및 상징적인 일련의 수법과 표현형식을 통해 현실의 내재적 본질을 굴곡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예술과 현실과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민족의 상징인 김삿갓이 서방문화의 산물인 디스코를 춘다는 것은 동서방문화의 교류, 차용, 결합을 그리려고 한 시인의 지구의식의 표현이며 역사인물인 김삿갓이 현대문명의 표현인 디스코를 춘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과 발전을 보여주려고 한 시인의 역사의식의 발현인 것이다. 시인 주체의 지구의식과 역사의식은 김삿갓이 디스코를 추는, 일련의 신들린 춤을 통하여 생명의지의 승화와 역사를 초월하려는 극복의지의 승화를 통해 실감 있게 엮어지고 있다.
생명의지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객관세계를 변형시키는 힘이 클 것이고 객관세계를 변형시키는 힘이 세면 셀수록 현실을 극복하는 초월의 환각은 무한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각이미지, 청각이미지, 동작이미지의 적극적인 결합에 의해 환기된 생명감각은 역사와 현실의 결합과 동방문화와 서방문화의 포옹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산생하게 한다. 시의 흐름은 생명의 약동과 역사의 극복(돌파?)을 통해 여기서 하나의 절정을 이루며 참된 새 생명으로 소생한 김삿갓—우리의 민족을 독자들 앞에 클로즈업하여준다.
이 시는 조선시대 방랑시인 김삿갓이 디스코를 춘다고 가설한 현실적인 바탕으로 생명의지와 극복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발전과 동서방문화의 결합을 표현하고 있다. 곧 작품구조의 이중적 짜임새는 이 작품의 사상성을 더욱 심화해주는 장치로서의 의미를 띠고 있다. (산천 <예술적 가설의 상징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