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느낌은 한이 없어라'
외로울 때 이 노래를 부르며 설움을 달랬었다는 어떤 유학생의 얘기를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다. 오래 전 얘기다. 요즘은 외국 어딜 가나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지난 40일 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쓴다.
처음 열흘 동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리고 한 달은 샌디에이고에서 보냈다. 이곳 캘리포니아 주는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20세기 초 일본제국주의의 야욕에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많은 사람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하와이나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났다가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더러는 선진학문을 배워 조국의 힘을 키우는데 헌신하려 미국에 건너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애써 힘을 모으고 있던 가운데 결국은 조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통곡하였다. 도산 안창호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동포들이 모여들며 조직화되었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중국 상해임시정부로 보냈고 공립협회(대한인국민회전신)를 조직하여 광복이 될 때까지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초기 이민 후손들이 미국 땅에 굳건히 뿌리내려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뒤 60~70년대에 또다시 많은 사람이 한국으로 부터 미국 LA에 이민 와서 오늘의 LA한인촌을 형성 하였다고한다. 그야말로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규모의 한인촌이다. 한인촌 이곳저곳을 걷다가보니 LA중심가에 있는 한 지하철역입구에 한글로 된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초기 노동이민의 후손으로 태어나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된 분의 얘기였다.
'국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각 분야에서 지도자가 나타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분의 말씀처럼 이제 여기 이민 와서 사는 사람들은 진정 변화를 갈망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일본 등 다른 나라로부터 차별에 서러움을 겪었던 만큼 남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려는 마음을 가져야하겠다. 다른 인종 자연 교통 음식 주거 문화 습관에 열린 마음을 가지면 세상은 신기함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여기와 살면서도 좋은 학군 따지고 몰려 살며 '우리끼리' 문화에 젖어있는 듯한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40일이란 짧지 않은 기간을 아름다운 미국 서남부를 원 없이 여행하고 내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나이 들어 이렇게 걸어서 다른 문화를 접해 보았으니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아울러 이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가족에게 감사하며 여행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