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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이태원 부군당 무녀와 악사 이야기

이태원 부군당 (8)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44]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태원 부군당에는 서울 지역 다른 마을당처럼 당굿 일에 전념하는 무녀가 있는데 이를 당주라 한다. 당주는 당에 매여 있으면서 정기적인 당굿 일을 전담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무사태평과 안녕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따라서 당주는 주어진 소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마을 사람의 대소사에 적극 참여하고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특히 마을 토박이들과의 친분이 두터워야 그 소임을 수행기가 수월하다.

 

당주 계승은 스승으로부터 대물림해 왔으며, 주어진 권한과 역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종신제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당주의 권한과 역할을 대물림하기 위해 제자를 데리고 다니며 당굿 일은 물론 그와 관련된 일체의 일들을 학습시킨다. 스승이 나이가 들어 당굿 일을 수행할 능력이 불가능해지거나 사망하면 그 권한과 역할을 제자가 이어받는다.

 

당주는 당굿이 행해질 때면 굿일과 관련해서 무녀 및 악사 선정 등 굿일에만 전념할 뿐 굿 제물장만이나 마을 추렴 등 기타의 일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제물장만 등 여러 가지 일들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하지 않다.

 

이태원 부군당굿 당주계보는 5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의 당주 계보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억하는 사람도 없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길이 없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가 꽤 되었고, 서울ㆍ경기지역의 거의 모든 마을굿 당주 전승이 오랫동안 존속되어 온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곳 이태원 부군당에서도 오래전부터 당에 매여 있는 당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흔적을 알아낼 길이 없다.

 

2000년 전후의 필자 조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진 당주들을 중심으로 5대에 걸친 전승 계보는 (1)연채 할머니 → (2)동씨(일명 곰보만신) → (3)금니백이 만신(1900〜1982) → (4)박어진(1923〜1995) → (5)민명숙(1930년생)이다.

 

이태원 부군당 당주 민명숙은 서울굿의 큰 만신이다. 서울 토박이인 민명숙은 22살에 혼인하여 다음 해에 첫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신을 모시는 무당이라는 걸 알았다. 시아버지는 젊어서 성당을 다녔는데, 혼인 뒤 갑자기 신이 내려 무당이 되었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른 후 새집을 지어 이사한 해부터 이상하게 자신이 아프지 않으면 집에 도둑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집안 식구가 아프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가족들도 되는 일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들이 갑자기 원인 모를 심한 병을 앓게 되어 병원엘 갔다. 병원에서 우연히 겨울을 보니 자신의 얼굴이 신령님으로 보였다.

 

너무 놀라 과거 시아버지 내림굿을 해줬던 중앙시장 방울방 할머니를 찾았다. 점괘는 신령님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민명숙은 내림굿을 받게 되었는데,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나타나 ‘네가 나에게 너무 효부 노릇을 해 너를 불쌍히 여겨 네가 너에게 신으로 들어왔다.’라고 하였다.

 

민명숙은 결국 시아버지의 신 줄을 받아 무당이 되었다. 그녀의 그때 나이 34살이었다. 민명숙은 51살 먹은 해, 현재의 거주지 이태원으로 이사 와 서른일곱 집 시주를 걷어 신당을 모셨다. 그리고 스승으로 모셨던 박어진 만신을 따라 이태원 부군당에 참여하게 되었다.

 

서울지역의 마을굿에는 굿을 전담하는 당주와 같이 굿 음악만을 전담하는 잽이당주가 있다. 잽이당주는 한편에서 악사당주 또는 수악수(수악사)라고도 한다. 당주가 무녀들을 거느리는 것과 같이 잽이당주 또한 다른 잽이들을 거느린다. 당주와 함께 당굿 음악을 전담하는 악사들은 관현악기를 연주하는 무속음악의 전문 악사들이다. 당굿에 참여하는 무녀들은 당주의 뜻에 따라 바뀔 수 있듯이, 잽이들 역시 잽이당주의 뜻에 따라 바뀐다.

 

 

이러한 전통은 당주와 잽이당주가 당굿 일에 관한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당주가 해당 지역에 살면서 지역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잽이당주는 다른 지역에 살면서 당굿이 열릴 때만 참여한다. 굿일을 전담하는 당주나 그 외의 무당들은 주로 여자들로 구성이 되지만 굿 음악 전문 악사들은 주로 남자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굿꾼으로서의 여자와 잽이꾼으로서의 남자로 구성되는 서울 지역 무속의례에서의 성 역할 분담은 오랜 전통을 갖는다.

 

잽이당주는 다른 악사들을 대표하면서 굿 음악을 총괄하고 굿판이 벌어지는 동안 이것저것 일들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한다. 잽이당주는 또한 음악적 요소뿐만 아니라 굿판에서 거둬들인 굿 돈 관리 그리고 이를 셈하는 데에도 참여하여 잽이들의 할당 몫에 비중 있게 관여한다. 과거에는 굿이 시작되기 전에 목돈으로 받은 돈까지도 잽이당주가 관리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굿의 전반적인 일을 잽이당주도 참여하곤 하였다.

 

서울의 다른 지역 당굿에서와 같이, 이태원 부군당굿 잽이 구성도 삼 잽으로 이루어지는 게 보편적이다. 삼잽이란 세 명의 잽이로써 피리와 해금 그리고 대금으로 편성되는 관현악기 합주 형식을 말한다. 이들은 타악기인 장구ㆍ제금(자바라, 둥글넓적한 두 짝으로 된 타악기)과 함께 어울려 전반적인 굿 음악을 연주하게 된다. 굿판에 잽이를 앉힌다는 것은 곧 관현악기만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악사를 모셔온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의 관악기 연주자는 ‘관수’ 현악기 연주자는 ‘현수’라는 호칭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삼잽이는 규모가 꽤 큰굿에 동원되는데 서울지역의 마을굿에서는 이러한 삼잽이 구성이 일반화되어있으며 이태원 부군당굿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굿 규모가 아주 클 때는 사잽이로 편성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두 명의 피리 잽이 곧 쌍피리와 해금 그리고 대금으로 구성된다.

 

굿에서의 사잽이 구성은 원래 삼현육각(三絃六角)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써 이는 쌍피리, 해금, 대금, 장구, 북의 편성을 뜻하는데, 오늘날의 굿판에서는 삼현육각을 약간 변화시켜 장구와 제금을 기본 타악기로 삼고 쌍피리, 해금 대금으로 구성하고 있다.

 

사잽이로 구성되는 굿판에서는 종종 북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곧 삼현육각의 악기편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보편적 현상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굿 규모를 적게 잡고 할 때는 양잽이(쌍잽이)를 앉히게 되는데 이때는 기본적으로 쓰이는 장구와 제금 타악기 외에 피리와 해금을 앉힌다. 외잽이로 굿을 할 때는 기본 타악기 외에 피리만 앉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