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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의 추억을 소설로 쓴 아베다케시 씨

[맛있는 일본이야기 52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베 다케시(阿部建) 씨는 1933년 함경도 청진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조선땅에서 살았던 그는 조부모를 비롯하여 일가(一家) 40명이 조선에서 나고 죽었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아베 다케시 씨는 고향 청진을 무대로 한 일제강점기를 다룬 소설을 쓰고자 2016년 7월, 노구(84살)를 이끌고 서울에 왔다. 소설의 무대인 북한 청진에는 가보지 못하지만 북한땅이 건너다보이는 임진각에 가보고 싶다고 하여 통역 겸 안내를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후에도 누리편지 등 소식을 전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 아베 다케시 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소설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을 완성하여 2년 전(2018년) 11월 17일 일본 오사카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해(2019년) 5월 3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지인들이 아베 다케시 씨를 추모하는 문집을 만들고자 한다며 나에게도 ‘아베 다케시 씨와의 인연’에 대한 글 한 편을 보내 달라는 전갈이 왔다.

 

아랫글은 그의 추모집에 넣기 위해 쓴 글이다. 추모집에는 일본어로 들어갔지만, 한글로 쓴 부분의 일부를 아래에 싣는다.

 

그리운 아베 다케시 선생님!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애통한 소식을 듣고 가슴이 저렸습니다. 건강도 안 좋은 상태에서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을 완성하신 선생님의 초인적인 정신력에 다시 한번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선생님! 고통 없는 그곳에서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의 무대인 평안남도 박천의 맹중리(孟中里)도 가보시고 소설 속의 일가친척들도 모두 만나 기쁜 해후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선생님을 뵈온 것은 2016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4박 5일 동안 선생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였습니다. 그때 다리가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었던 선생님께서 ‘분단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임진각(臨津閣)’을 가보고 싶어 하셨을 때 함께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선생님께서 방한 전에 소설의 무대인 평안북도 《박천군지(博川郡誌)》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이를 구해서 선생님께 보내드리면서 한국인이지만 갈 수 없는 ‘북한땅’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졌던 기억이 납니다.(가운데 줄임)

 

2년 전 선생님께서 임진각에서 북한 땅을 바라다보시면서 끊어진 철로 앞에서 우연히 발견한 맹중리(孟中里)라고 쓴 땅이름 표기를 발견하고는 아픈 다리를 끌고 철로 쪽으로 내려가 한참 동안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이 뇌리에 선명합니다. 선생님이 한국을 방문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셔서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을 완성하여 보내오셨을 때 저는 이메일로 “이 소설에서 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서로 존경하면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 해결되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소설 주인공인 김석현이란 인물을 통해 당시 암울했던 조선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오늘따라 새삼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희망처럼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어 서로 왕래가 가능하게 되고 또한 일본과 한국의 관계도 좀 더 좋아져서 ‘서로 존경하며 사는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선생님의 책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이 그러한 가교 구실을 해줄 것을 믿습니다. (끝 줄임) - 2019.8.30.-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조선에서의 삶을 소설로 쓰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아베다케시 씨와의 만남은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함께 임진각을 다녀온 홍명미 씨가 이번 추모집을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다. 다시 한번 아베 다케시 씨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