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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세종, “그대 말이 아름답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3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나라 역대 임금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존경할만한 임금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꼽는 임금이 다르겠지만, 나는 세종대왕을 꼽고 싶다. 과학, 농업, 아악 등 다방면에 걸쳐 훌륭한 업적을 이룬 임금이지만, 다른 것 다 아니더라도 한글 창제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종대왕을 꼽겠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언어생활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글이 없는 세상? 생각만 하여도 끔찍하다. 세종대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런 임금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세종대왕에 대해 또 하나 존경할만한 것을 알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학문을 연구하고 정책을 토론하는 경연을 중요시하였다. 그리하여 그전까지 형식적으로 열던 경연을 재위 기간 무려 1,898회나 열었다. 달로 따지면 매달 5회 정도 경연을 연 것이라고 한다. 당대에 신하들 가운데 인품이나 경륜, 학식 등에 있어 세종대왕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경연 석상에서 세종은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신하의 말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 못마땅한 발언에 대해서도 이를 곧바로 공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세종은 일단 ‘경의 말이 좋다’든가, ‘그대 말이 아름답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그렇지만 ‘이런 면은 어떻겠는가, 이러이러한 점까지 고려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하며 부드럽게 자기 뜻과 주장을 펼쳤다. 역사를 보면 임금 앞에서 말을 잘못하여 귀양 가는 것은 물론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는데, 세종은 임금의 권위만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신하를 몰아세우는 임금이 아니었다.

 

 

세종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요즈음 우리 정치판을 생각해본다. 세종대왕처럼 그대 말이 아름답다며 상대를 존중해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같은 당의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서로 반대 정당의 사람에게 이런 아름다운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리하여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살벌한 말들이 예사롭게 오간다. 그리고 상대의 좋은 점은 그 자체로 기쁘게 받아주면 좋으련만, 어떻게든 토를 단다. 이러니 상생의 정치가 될 수 있겠는가? 정치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이런 살벌한 말들이 예사롭지 않게 오간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 서슴없이 올라온다. 그런 댓글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으면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겨나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위에서부터 부드러운 말, 유머가 깃들인 따뜻한 말이 오가야 할 것이다. 링컨은 상원의원 선거 때 상대 후보인 더글러스가 자신을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공격하자, 내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오늘 같이 중요한 날 왜 이런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냐고 유머로 응수하였단다. 처칠도 하원의원 선거 때 상대 후보가 늦잠꾸러기인 게으른 사람을 의회에 보내서야 되겠냐고 공격하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청중들을 향해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아내와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고 하여 연설장에 폭소가 터지게 하였단다.

 

왜 우리에겐 이런 정치인이 없을까? 비록 삶이 여유가 없고 팍팍하더라도 우리 좀 더 여유를 갖자. 그리고 세종대왕이 실천하신 것처럼 우리도 일단 상대의 말에 ‘그대 말이 아름답다’라고 해보자. 작은 나 하나의 실천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