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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대제의 신여(神輿)와 신악(神樂)

성황대제 (2)
[양종승의 북한굿 이야기 2]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영변의 북당 성황대제는 당제를 지내기 위해 먼저 성황당 옆 신목(神木) 한쪽에 짚으로 가(假)지붕을 씌운 임시 신청을 꾸민다. 신청 내부에는 3단으로 제단을 쌓아서 제물을 올린다. 굿청 주의에는 오색천과 화려한 조화로 장식하였다. 의례가 시작되면 제관과 무당 그리고 관계자 일동이 제를 올린 후 당 내부에 모셔져 있는 신위를 신여(神輿)로 옮겨 태운다. 신여를 앞세운 행렬대는 맨 앞 악공들이 풍악을 울리고 그 뒤로 대무당, 무당들, 제관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 순으로 줄지어 뒤따르면서 남당을 돌아 북당의 굿청으로 온다.

 

굿청에 신여가 도착하면 신위대를 신청 제단으로 옮겨 모신다. 그리고 본격적인 성황굿이 시작되어 밤낮으로 계속된다. 굿을 하는 도중, 마을 사람들이 음주를 곁들이며 무감서기를 하면서 흥을 돋우어 잔치 분위기를 만든다.

 

성황굿이 진행되는 동안 굿청 앞에 마련된 ‘제전(祭錢)그릇’에 사람들이 금품을 희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성황굿 마지막 날, 대무당이 종이꽃으로 장식하여 만든 ‘꽃둥지’를 타고 승천한다. 꽃둥지는 마을 사람들이 신목(神木)으로 받드는 고목나무에 걸어 놓고 동아줄을 매어서 서서히 잡아당기게 하여 꽃둥지가 올라가도록 한다. 꽃둥지를 탄 대무당은 하늘로 올라가는 승천무(昇天舞)를 추면서 미리 준비해 둔 복주머니를 마을 사람들에게 뿌린다.

 

 

꽃둥지 아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복주머니를 받기 위해 앞다투어 손을 내밀어 받는다. 꽃둥지 타기가 끝나면 둥지에 달았던 동아줄을 신목에 매다는데 이것을 ‘신명줄’이라고 부른다. 마을 사람들이 일 년 내내 소원을 빌거나 죄를 참회할 때 신목의 동아줄을 붙잡고 기도한다. 성황굿이 끝나면 성황신을 다시 신여에 태워 남문과 북문을 통과해서 성황당으로 모셔간다. 이때도 사람들이 행렬대 뒤에 따른다. 성황신을 성황당에 모셔다 두면 모든 의례가 끝난다.

 

한편, 성황신을 모시는 굿은 무당 개인에 의해 거행되기도 하였는데, 이때에는 임시 굿청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성황당에서 한다. 개인적 성황제는 개개인 집안의 재앙을 물리치고 가복을 기원하기 위한 일종의 병굿이나 재수굿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듯 성황제가 개인에 의해 치러질 경우, 굿일을 맡은 무당이 신주(神主)가 된다. 이렇듯 개인이 치루는 성황굿일지라 할지라도 성황당에서 굿이 시작되면 마을 사람들이 성황굿을 보기 위해 당으로 모여들었다. 성황당은 지역 공동체 의례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기복을 위한 굿도 이루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성황당은 영업적 차원에서 권리금이 책정돼 매매되기도 하였다.

 

평양대제의 감흥상

 

평안도 성황대제가 이루어지는 신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감흥상(신께 바치는 공양물을 진설하는 상)’이다. 감흥상은 한번 매어두면 굿 시작에서부터 마무리가 될 때 움직이거나 옮겨서는 안 되는 굿판의 대들보이다. 만약 감흥상을 건들면 감흥님에 대한 예우가 올바르지 못할 뿐 아니라 신령님 마음 흔들리게 되므로 굿덕을 보지 못한다고 믿는다.

 

이층으로 단을 쌓아 올린 감흥상은 위에는 생쌀을 수북이 쌓아 올린다. 그리고 하얀 한지에 마을 대표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주소를 써서 올려둔다.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네 잔의 신주를 올리고 지전을 놓는다. 그 옆으로 방울 부채 올려둔다. 만신이 청배를 하거나 술말이(상장구)와 주고받는 재담을 할 때도 감흥상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진다.

 

 

성황대제의 신악(神樂)

 

대동강물을 먹고 자란 무당이어야만 평안도 굿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평안도 굿소리의 독창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로써 평안도굿을 하기 위해선 서도 창법의 굿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몸에 평안도 향토성이 배여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평안도굿 소리는 서도창법을 기반으로 불린다. 맑고 청정한 목청을 내면서도 속 소리와 콧소리가 섞여 격하게 떠는 목을 쓴다. 산염불, 비나수, 푸념 등의 굿소리들은 이 창법으로 불러야 제대로 된 평안도굿 맛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법으로 평안도굿은 오랫동안 지역 정서를 안고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평안도굿은 타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지는 쌍장구(또는 겹장구) 연주가 독특하다. 장구잡이 둘이 한 조를 이루어 연주한다. 그리고 상장구와 하장구로 구분한다. 상장구를 술말이라고 부른다. 음악을 이끌어가는 술말이는 푸념을 직접 행하거나 뒷전을 하기도 하면서 대무당을 받드는 바라지 역할을 하는 굿판의 2인자다.

 

그래서 과거에는 노련한 술말이를 차지하려고 굿이 나면 미리 쌀 한 말씩을 안겨주기도 하였을 정도였다. 상장구를 보좌하는 하장구는 굿음악이 구성지도록 구실 한다. 술말이 곧 상장구는 음악 전체를 이끈다. 그리고 굿거리를 진행하는 무당은 상장구과 절대적인 호흡을 맞추며 굿을 이끌어 나간다. 제금도 원칙적으로 상제금과 하제금의 쌍제금이 연주된다. 때에 따라서는 세 개의 제금을 연주하기도 한다.

 

성황대제나 다리굿 등 평안도 굿에서 쓰이는 굿 장단은 푸념장단, 비나수장단, 긴염불장단, 자진염불장단, 굿거리장단, 벅구장단, 굿장단 등이 있다. 푸념, 비나수, 염불(긴염불, 자진염불) 등은 청배 장단이고 굿거리장단과 굿장단, 벅구장단은 춤 장단이다.

 

성황대제의 거성

 

성황대제와 다리굿 등 평안도 굿의 신춤은 신과 접신되어 표현되는 종교신앙 목적의 의례춤이다. 그래서 신이 지시하는 행동이나 언어가 표현된다. 이러한 형식의 춤을 평안도 무당들은 ‘거상(거성)한다’라고 한다. 거상(擧床)이란 원래 굿에서 진설한 의례상을 들어서 신에게 바치는 행위이고 거상 때는 의례음악이 연주되는데 이를 거상악(擧床樂)이라 부른다.

 

이에 거상악에 맞추어 추게 되는 춤이 거상춤이다. 평안도 굿에서의 신악은 쌍장구장단과 제금에 맞추어 연주되는 쌍피리, 대금, 해금의 삼현육각 연주가 곁들여져 있다. 그래서 평안도굿의 거상악은 단순한 타악기 구성의 음악이 아니라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화려한 음악이었다. 이러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 또한 화려하고 장엄하였다.

 

 

성황대제의 의대

 

성황대제나 다리굿 등 평안도 굿에서의 신복은 ‘의대’라는 부른다. 의대는 계절과는 무관하여서 일 년 내내 굿이 이루어지면 입는 옷이다. 그래서 계절별로 구별하지 않는 것이 신복인 것이다. 의대 원단은 무당 재력에 의해 정해지지만 근래에는 본견이나 비단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는 남녀 성별로 구분하지 않는다.

 

의대 제작은 무당이 직접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보통은 의대 제작 전문가가 만든다. 의대 색깔은 신령에 따라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하얀색 등 오색으로 정해진 규정에 따른다. 의대 세탁은 하지 않으며 더러워져 입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걸립으로 모셨다가 맞이굿 할 때 가풍(바람으로 말리는 일)하곤 한다. 무당이 사망할 경우 땅에 묻어 구애비(죽은 사람이 살아생전 무업을 통해 사용되었던 신구)로 만들거나 불에 태우는 것이 원칙이다.

 

평안도굿 신복은 철릭, 전복, 장삼 등 옷의 형태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굿거리 또는 모셔지는 신령에 따라 불린다. 이를테면, ○○거리옷, 애기씨옷, 창부옷 또는 ○○의대(衣帶), ○○관디(冠帶) 등이라고 한다. 신복은 또한 동일 형태의 것일지라도 색상에 따라 달리 이름 붙여 홍관디, 청관디 등으로 불린다. 따라서 신복은 일반인이 입는 것과는 달리 신령의 옷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리고 신복에는 색 개념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굿거리와 모셔지는 신령 역할 및 기능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신복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평안도굿 신복은 조선시대 관복이나 예복의 형태와 비슷하다. 한편, 굿을 하게 되면 굿판의 우두머리인 대무당 소유의 신복 일체를 내 온다. 그리고 굿을 하는 내내 굿청 옆에 줄을 매어서 건다. 신구(神具)며 장식품 일체도 대무당의 것으로 굿이 끝날 때 까지 굿청에 두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