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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 다리굿의 개요

망자의 원혼뿐만 아니라 산자의 맺힌 마음도 풀어낸다
[양종승의 북한굿 이야기 5]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다리굿은 망자가 살아생전 지은 죄를 면하여 일곱 자 일곱 치 삼베나 무명천 또는 소창으로 된 저승다리, 수왕다리, 망자다리, 조상다리, 사자다리를 건너 ‘좋은 곳’으로 떠나보내는 평안도식 천도제이다. 그런데 망자가 ‘좋은 곳’ 즉 저승 안착을 위해선 살아생전 지은 죄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열 명의 왕, 곧 시왕[十王] 전에서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수왕굿이라고도 부른다.

 

1966년 임석재, 장주근이 평안도 무당 정운학을 대상으로 조사 발간한 무형문화재지정자료 제24호 《관서무가》, 1978년 김태곤이 평안도 무당 정대복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펴낸 《한국무가집》 등에서 수왕굿이라는 이름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1979년 여름 평안도 무당 이선호와 정대복 등이 삼각산 전씨굿당에서 펼쳤던 굿판에 참관하였을 때도 이 망자 천도굿을 수왕굿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1985년 황루시 등이 펴낸 《평안도 다리굿》에서는 이 굿을 다리굿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제보자는 1979년도 전씨굿당에서와 같이 정대복 만신이었다. 그런데, 황루시가 설명한 다리굿과 수왕굿의 차이는 양자의 굿이 죽은 망자를 천도하는 동일 목적을 갖는 굿이지만 하루에 이루어지는 당일굿은 수왕굿인 반면 다리굿은 이틀이나 사흘 이상 걸리는 큰 규모의 굿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리굿은 평안도 지역 무속을 대표하는 규모가 큰 굿라고 덧붙였다.(황루시, 「재체험을 통한 죽음에의 이해: 다리굿의 구조와 그 기능」, 《한국의 굿(5) - 평안도 다리굿 5》, 열화당, 1985, 82쪽)

 

 

한편, 필자가 1994년 보현산신각 굿당에서 정대복과 그의 신딸 이순희가 주관한 진혼제를 참관한 바 있는데, 이때도 이를 다리굿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1979년 이선호, 정대복 등이 삼각산 전씨굿당에서 펼친 굿과 1994년 정대복, 이순희 등이 보현산신각에서 펼친 굿은 내용상으로 보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정대복에게 두 굿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수왕굿과 다리굿은 같은 굿이지만 만신에 따라 그 명칭을 달리하기도 한다고 하고, 진굿 곧 망자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굿을 하면 다리굿이라 부르고 마른굿 곧 죽은 지 해를 넘겨서 하면 수왕굿으로 부른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다리굿은 수왕굿 보다는 굿청에 진설되는 전물(奠物, 신에게 올리는 물품)이나 신청의 장식물 등이 더욱 값지고 풍부하게 장만할 뿐만 아니라 굿판에 초청되는 무녀와 악사의 수도 더 많다고 하였다.(정대복 담, 1994년) 이러한 내용은 김남순의 2007년 평안북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다리굿 조사에서도 그의 신어머니 정대복 증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양종승, 《평북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다리굿 조사보고서》 평안북도, 2007)

 

다리굿의 의례적 구조와 내용

 

 

다리굿은 망자의 원한을 풀어서 달랜 뒤 좋은 곳으로 보내는 저승 천도제다. 그런데 산자 입장에서의 이 굿은 삶의 평온과 행운을 추구하는 일종의 이승 길복제이기도 하다. 무교에서는 타살이든 자살이든 또는 자연사이든 사고사이든 죽음에는 원한이 맺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죽은 뒤 천도의례를 치러 좋은 곳으로 보내기 전까지는 죽음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원한 맺힌 죽음은 그 영혼이 산자 주변의 허공을 떠돈다고 믿는다. 허공을 헤매는 일이 오래 지속하는 원한 맺힌 영혼은 산자에게 해를 끼치는 부정적 악한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천도제를 베풀어 죽음의 원한을 달래서 좋은 곳으로 보내게 되면 오히려 산자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돕는 긍정적 존재가 된다. 따라서 천도제는 망자의 원혼을 달래서 그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대외적 명분을 갖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산자의 현세적 길복 추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다리굿 첫 단계는 죽음에 맺힌 원한 풀기이다. 이를 위해 망자를 대신한 만신은 산자와의 대면을 통해 살아생전 추억을 되살려 생애 하나하나의 자취를 확인하고 희노애락을 회고하고 한다. 죽음의 과정을 상기시키어 끝내 못다 한 삶을 한탄하면서 맺힌 원한을 풀어내 달랜다. 살아생전 못다한 유언과 산자들에게 간청을 남기고 산자와의 송별회를 갖는다. 이로써 산자들은 망자 죽음을 문화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풀이 작업은 삶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로서의 무당이 죽은 자와 산 자 관계 사이에서 망자 처지와 가족 현실을 공유하면서 해소시킨다.(박주리, 《저승사자 연구》 한양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2, 107쪽) 그러면서 물리적 죽음에서 사회적 죽음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망자에게는 평화로운 저승으로의 천도가 성립되는 동시에 산 자들은 망자의 영혼적 삶을 인정하게 된다.

 

이로써 다리굿은 망자의 원혼뿐만 아니라 산자의 슬피 맺힌 마음도 풀어내는 또 하나의 역할을 더 한다. 이는 산자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홍태한, 《서울 진오귀굿》, 민속원, 2004, 102쪽) 따라서 다리굿은 망자와 산 자 모두에게 맺힌 원한과 슬픔을 풀어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같는 것이다. 이에, 산 자를 탈 없이 해 달라는 하는 공리적 목적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김덕묵, 《황해도 진오귀굿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93쪽)

 

이로써 다리굿은 결국 살아남은 자들의 삶을 조화롭게 창출해 나가기 위한 산자의 굿이기도 한 것이다.(김창호, 《한국 무(巫)의 타계관 연구》 한양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 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