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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밀양 소태리 오층석탑(보물 제312호)

매화도 지고, 탑도 지고
[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4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밀양 소태리 오층석탑

 

                                               - 이 달 균

 

          매화 지고 있었다

          탑도 지고 있었다

 

          지지 않는 절보다

          지고 있는 석탑이

 

          봄과 더

          어울린다고

          벗님은 말했다

 

 

밀양시 청도면 천죽사 경내에 있는 소태리 오층석탑(보물 제312호)은 꽃과 대나무가 함께 어울려 서 있다. 대부분 탑은 절 한가운데 있거나 폐사지 공터에 홀로 선 경우가 많은데 이 탑은 꽃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정겹다. 봄이면 매화가 피고 여름이면 백일홍이 핀다. 그 꽃들 속에서 유난히 흰 빛을 드러내는 화강암으로 만든 5층탑이 선명하다. 내가 찾은 날은 매화 분분히 지는 황혼 무렵이었다. 산비둘기 울음 속에서 꽃 지고 탑 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1919년 탑 상륜부에서 고려예종 4년(1109)이란 당탑조성기가 발견되어 탑 건립연대를 알 수 있다. 수리 정비 이전에는 괴임석이 땅에 묻혀 있었는데 2002년에 정비하여 한결 안정감을 주고 있다. 단층 기단 위에 5층으로 탑신을 올린 형태인데 기단구성이 독특하고 옥개석도 특색이 있다. 탑 앞에서 벗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상당한 시간을 보냈는데 마침 염불소리도 끊어지고, 아무도 만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