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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송  곳                                

 

                                                    - 김상아

 

       이 그리움을 글로 못 쓰면 바보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바람이 빠져나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아내에게는 그냥 지쳤다고만 말했습니다

       TV로 공연실황이나 보며 쉬자고 했습니다

       이삿짐 정리하다 송곳에 코끝을 찔렸기 때문입니다

 

       이 슬픔을 티 내면 바보

 

       아내에게는 비밀입니다

       나보다 더 큰 그리움과 슬픔을

       견디며 살아내기 때문입니다

 

       딸아이와 나는 오래전에 헤어졌습니다

       지금은 중학생쯤 되었을 겁니다

       이태 전에 아내는 딸아이를 가슴에 넣었습니다

       나를 무척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초저녁이면 쫄병을 거느리고 나타나는 대장별이

       그 아이입니다

 

       남은 게 남는 거라는 걸 모르면 바보

 

       두고 온 아이의 사진 몇 장,

       낙서 몇 점의 애 마름도 이토록 후비는데

       방안 가득한 떠난 아이의 손길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내는 몽당연필 한 자루도 버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재주가 낭추* 같던 딸들아!

       심장을 찍는 이 호미질을 너희는 몰라도 된다

       재능이 주머니 속에 그냥 있어도 괜찮다

       노래 같은 너희 웃음소리로 아침을 열고

       반짝이는 눈빛과 밤을 맞을 수만 있다면

 

       바보라도 좋습니다

       이  그리움을 글로 못 쓰더라도

 

* 낭추(囊錐)-낭중지추(囊中之錐)의 준말.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뛰어나면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