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인 옻은 나무 위에 칠하면 윤기가 나고 색감이 아름다워 예부터 도료로 애용해왔다. 이런 옻칠은 세월이 흐를수록 광택과 색감이 그윽해져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런 옻칠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이자 북촌 계동에서 옻칠공방 ‘서로재’를 운영하는 나성숙 교수는 2004년, 남편과 사별하기 전에는 주로 서양 디자인과 재료를 다뤘다. 그러나 사별의 슬픔을 잊기 위해 옻칠을 배운 것이 전환점이 됐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옻칠은 어느새 16년째 천착하는 분야가 됐고, 한국과 일본, 중국의 옻칠 대가들에게 배우며 작품세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성숙 교수가 옻칠, 흑칠, 주칠, 삼베, 생칠, 나전, 금, 금박 등을 사용해 다양한 기법으로 완성한 평면 작품 35점과 전통 혼수함을 만나볼 수 있다. 평면 작품은 북촌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국 기와지붕, 모란꽃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나성숙 교수는 ‘전통의 생활화’를 꿈꾸며 옻칠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2008년부터 ‘나성숙 옻칠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동의 작은 한옥 ‘봉산재’와 ‘서로재’에서 옻칠공방도 운영 중이다. 전통문화최고위과정, 세종학교, 나무학교 등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전통문화 전파자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13년 동안 <행복이 가득한 집>과 함께 운영한 ‘행복이 가득한 교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이번 전시에는 ‘행복이 가득한 교실’ 옻칠 수업 1~19기 수강생 서른아홉 명이 만든 전통 소반, 식기, 의자도 함께 출품됐다. 나성숙 교수의 ‘옻칠 소반 만들기’ 수업은 13년 동안 19기를 이어오면서 2백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수강생들은 “천연도료인 옻칠은 방부, 방충, 방독 작용이 있어 생활용품으로서의 값어치가 큰 재료임을 안 것이 큰 소득”이라며 “아늑한 서로재 마당에서 반복되는 수작업을 통해 내적 평안을 얻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시는 1월 29일까지이며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디자인하우스 사옥 내 갤러리 모이소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내에는 나성숙 교수가 출연한 다큐도 감상할 수 있으며 일부 작품은 살 수도 있다. 현대적 미감이 더해진 옻칠회화 뿐만 아니라 생활 속으로 스며든 옻칠공예도 만나볼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