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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당 최남선과 언행일치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8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근대사는 일제강점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 시절을 풍미했던 사람 중에 육당 최남선이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언론인, 시인, 역사가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지요.

 

《소년》이란 잡지를 창건하고 독립선언서를 집필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하나였고

청년 시절 민족혼을 드높이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년에 일제에 협조하면서 친일 행적을 남기게 됩니다.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하여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할 때 일조를 했던 사람이고

조선 유학생을 학병으로 나가게 하려고 강연을 하였는가 하면

일제의 침략 정책에 앞장서 온 변절자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당연히 친일은 청산되어야 하고 독립운동가는 대우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준엄한 판단이지요.

수많은 사람이 일제에 협조하고 앞잡이 노릇을 자청해,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유독 지식인과 학자가 지탄받는 까닭은

그들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 사대부가의 여인네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만약 난리가 나서 자신을 욕보일 상황이 되면 어떻게 처신하겠느냐 하는 것이 주제였지요. 두 사람은 자결하여 떳떳이 절개를 지킨다고 이야기했고 한 사람은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일이라며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절개를 지킨다고 말한 두 여인은 판단을 유보한 사람의 지조 없음을 비난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난리가 나서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절개를 지킨다고 호언장담했던 여인들은 정절을 잃은 채 목숨을 유지했지만 판단을 유보했던 사람은 자결을 택했다는 것이지요.

 

말과 주장, 그에 따른 행동의 차이를 봅니다.

최남선은 해방 이후 1957년까지 살아남아서 우리 역사에 관한 글을 씁니다.

하지만 책이 훌륭했을지라도 그의 행적 때문에 큰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이야기합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자기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서이다."라고 말이지요.

컴퓨터 용어에 ‘GIGO’라는 말이 있습니다. “Garbage In Garbage Out”의 약자로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의미입니다. 훌륭한 사람의 한마디 말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 말의 궤적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언(言)과 행(行)의 일치가 중요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