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주전자 쟁개비 쓰다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65쪽부터 6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앞서 보여드린 64쪽 마지막 월이 65쪽 첫째 줄까지 이어집니다. “물을 주전자에 넣어 화로에 얹어 놓으며 끓어서 김이 난다.”인데 여기서는 ‘화로’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책이나 다른 책에서 ‘수증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여기서는 ‘김’을 써서 더 반가웠습니다.
‘주전자’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으면 ‘주전자(酒煎子)’라고 되어 있고 ‘물이나 술 따위를 데우거나 담아서 따르게 만든 그릇. 귀때와 손잡이가 달려있으며, 쇠붙이나 사기로 만든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풀이에도 그렇게 해 놓았듯이 우리가 술을 담으면 ‘술주전자’라고 하고 물을 담으면 ‘물주전자’라고 하는데 한자 풀이에 ‘술 주(酒)’가 들어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전자(煎子)’도 ‘그릇’이라는 뜻으로 두루 쓰이는 한자라면 또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소리가 같은 한자를 가져와 쓴 것으로 보입니다.
또 16세기에 나온 훈몽자회에 ‘銚 쥬젼 됴’로 풀이를 하고 있는 ‘요(銚)’자 를 써서 중국에서는 술주전자는 ‘주요(酒壶)’라고 하고 물주전자는 ‘수요(水壶)’라고 하는 것을 보더라도 ‘주전자’는 토박이말이라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더 나아가 ‘요(銚)’를 요즘에는 ‘쟁개비 요’로 풀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쟁개비’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무쇠나 양은 따위로 만든 작은 냄비’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냄비’가 옛날에는 ‘남비’라고도 했는데 일본말 나베(なべ : 鍋)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저는 ‘냄비’보다는 ‘쟁개비’라는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열셋째 줄부터 열다섯째 줄에 걸쳐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그런 것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가 나옵니다. 여기서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와 같이 토박이말을 잘 살려 썼는데 끝에 가서는 ‘발견하지 못하였다고’라고 해 놓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앞에 썼던 ‘찾지 못하였다’고 하면 참 쉽고 좋았을 것입니다.
66쪽 넷째 줄부터 여섯째 줄까지 “우리는 날마다 집에서 불을 쓰고 있다. 우리는 왜 불을 쓰는가? 불을 쓰면 어떻게 되는가?” 세 낱의 월이 이어집니다. 이들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불을 쓰다’와 같이 ‘쓰다’는 토박이말을 써서 더 좋았습니다. 요즘 책에서는 ‘불을 이용하다’ 또는 ‘불을 사용하다’는 말을 더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아홉째 줄부터 열한째 줄까지 “불을 피우면 열이 생긴다. 그 열로 우리는 물을 끓이기도 하고, 밥을 짓고 반찬도 장만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불을 피우다’, ‘물을 끓이다’, ‘밥을 짓다’, ‘반찬을 장만하다’까지 ‘피우다’, ‘끓이다’, ‘짓다’, ‘장만하다’가 모두 토박이말이라서 좋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반찬’과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 ‘건건이’가 생각이 났고 ‘장만하다’를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말이라서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의 말밑을 가지고도 생각을 해 보게 되고 또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쉬운 토박이말로 바꿔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참 좋습니다. 그렇게 쉽고 좋은 보기들을 우리 아이들의 배움책에서도 쓸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마음을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354해 온가을달 열엿새 낫날(2021년 9월 16일 수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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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