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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소금 이야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9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래전에 인적이 드문 섬 장고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걸어서 남북으로 10분 동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작은 섬이었지요.

섬엔 분교 하나, 우물 하나, 해수욕장 하나, 갯벌 하나, 염전 하나, 교회 하나….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으로

바다는 늘 생소했고, 염전을 가까이 본다는 것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염전은 바닷물을 그냥 퍼 올려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늘 일기를 보아 눈비를 걱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증발 정도에 따라서 물꼬를 관리하고

소금 결정체가 생기면 넉가래로 거둬들여야 하는

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금은 모든 맛의 근원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해풍을 견디며 굵은 소금으로 익어가는 것이 향기롭지요.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영롱한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염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때는 소금은 중요한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동물 고기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소금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농경사회가 되면서 인류는 생리적으로 소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우린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을 염통이라고 부릅니다.

그 뜻은 ‘소금 통’이라는 말이지요.

인류의 기원이 바다이듯이 엄마 배 속의 양수는 소금물과 같습니다.

소금이 참으로 중요한 까닭입니다.

 

지금은 천일염이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우린 그 결정체를 얻기까지 들어간

소금 농부의 땀과 뜨거운 햇볕을 인내하는 속에서만

질 좋은 소금으로 영글어감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엔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