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무는 생명이 시작한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다 또 죽음이라는 끝을 맞이한다. 누구나 알던 사실이 깨달음으로 다가온 건 5번째 내몽골을 찾았을 때였다. 한파가 찾아온 영하 35도의 설원에서 칼날 같은 바람을 온몸으로 막으며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듯, 애절한 모습의 자작나무 가족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둘러 촬영을 준비하는 순간 검은 구름과 폭풍이 휘몰아쳤고 매서운 눈보라에 더는 촬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급히 삼각대를 걷고 철수하며 돌아본 그 자리에는 폭풍을 피하지 못하는 운명의 자작나무 가족이 처연하고 고통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처럼 나무가 된 듯 쌓이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작나무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이는 이만우 사진전 “자작”을 여는 이만우 작가의 말이다.
그는 나무라는 존재의 삶과 죽음의 흔적이 아로새겨졌던 바로 그 자리. 그곳에서부터 ‘그 자리에 있을 때, 마주하는 자작나무의 흔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수백 번도 넘게 오간 강원도와 내몽골.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 자작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감동을 나누려고 전시회를 연단다.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 10월 18일부터 11월 6일까지 대구 이천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여는 전시회 이만우 사진전 “자작”이다.
이만우 사진작가는 현재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과 나무를 주제로 촬영을 이어가던 중 자작나무를 접한 뒤 그에 집중하여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내몽골, 시베리아에서 자작나무 사진을 찍어 왔으며, 사실적 표현과 함께 빛을 이용한 회화적 표현을 위해 탐구하고 있다. 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작나무들의 모습과 인간의 삶이 같다는 것을 느꼈다는 이만우 작가는 현재까지도 그들의 존재와 흔적을 따라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관람시간은 <공근혜갤러리> 화~토요일 아침 10시 30분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화~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8 <공근혜갤러리(전화 02-738-7776)>와 대구 남구 이천로 139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전화 053-766-357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