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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음악이 어찌 죄가 된다고 하는가!

[서한범 교수의 우리 음악이야기 57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어 이민영의 25현금 독주회 관련 이야기로 이어간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으로 해서 초등학교 때 성악,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예술고에 진학했고, 대학을 거치며 김계옥 명인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이, 오늘의 25현금 독주회를 열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리라. 간단하게 연주소감을 남겨 보기로 한다.

 

첫 번째 곡, ‘꽃피는 이 봄날에’는 전반적으로 깔끔한 터치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선율처리가 돋보였고, ‘초소의 봄’은 특유의 음색과 빠른 장단형태가 봄의 정취를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세 번째 연주된, ‘달빛 밝은 이 밤에’라는 곡은 북한의 가극, ‘금강산의 노래’에 나오는 서정적인 노래곡인데, 이를 가야금을 위해 편곡한 곡이다. 달 밝은 밤의 아름다운 경관이 다소 애처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선율의 흐름이 단조(短調)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면서 강약이나 음양(陰陽)의 대비, 그리고 다양한 주법이 가미된 점이 특징이다.

 

네 번째 작품, ‘황금산의 백도라지 4중주’는 경기민요 ‘도라지’를 25현 금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새롭게 편곡하면서 음역을 확대했고, 또한 연주 기법에도 많은 변화를 준 곡이다. 북한에서는 이 곡을 3중주로 편성하여 연주된 곡이 많으나, 이번 독주회에서는 김계옥 교수가 연주한 대로 도라지의 중심선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식음을 활용하였고, 아울러 장단의 변화와 함께 시김새 처리로 또 다른 색깔의 ‘도라지’를 만들었다고 독주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도라지’라는 민요곡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여서 객석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특히 김수영, 박하영, 김예진, 장정은, 등 4인 연주자의 중주를 통해 가락의 어울림, 강약의 대비, 장단의 변화, 분위기를 흥겹게 살려 주었기에 객석으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았다.

 

다섯 번째 곡, ‘눈이 내린다’는 1965년도의 작품으로 남한에도 잘 알려진 노래곡이다. 그런데 북한의 가무단이 군무(群舞)를 제작할 당시, 옥류금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한 바 있고, 이를 다시 25현금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김계옥이 고쳐 만든 악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회에서 보여준 이민영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정경은 마치, 눈이 내리는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그 표현과 감성이 돋보였다.

 

여섯 번째의 연주곡은 ‘바다의 노래’였다. 이 곡은 남한의 ‘뱃노래’와 같은 선율 구조로 곡명만 다르게 붙인 것이다. 그런데 남쪽의 뱃노래와는 달리, 빠른 박자라든가, 강렬한 음색, 표현법 등은 대조를 보인다.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정학상, 뱃노래가 남북한에서 공통적으로 널리 애창되고 있다는 점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렇게 해서 물 흐르듯 제6곡까지 무난히 마치고, 마지막 곡은 이민영과 그 제자들 11명의 합주로 이어지는 ‘출강’의 순서를 남기고 있었다.

 

이때, 진행자는 글쓴이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가야금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해 온 것이었다. 무대에 오른 나는 객석 대부분이 젊은이들과 학생, 그리고 가야금 음악에 관심이 많은 청중임을 감안,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오는 관련한 대목을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나오는 대목이다. 곧 가야국이 망한 까닭이 임금이 정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음악이 무슨 죄인가 하며 신하들을 다그치는 진흥왕의 <악하죄호(樂何罪乎?)>라는 말이다. 1,50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당시의 신하들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촌평도 덧붙였다. 문헌에 나오는 풀이 내용을 이 난에 소개한다.

 

羅古記云, 伽倻國嘉實王 造之. 王以謂諸國方言各異 聲音豈可一哉. 乃命樂師省熱縣人于勒. 造十二曲.

- 신라 옛 기록에 가야금은 가야국 가실왕이 만들었다고 한다. 임금이 이르기를 여러 나라의 말이 각기 다른데, 음악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이에 성열현에 사는 악사 우륵에게 명하여 12곡을 짓도록 하였다.

 

後于勒以其國將亂. 携樂器投新羅眞興王 王受之. 安置國原. 乃遣大奈麻注(法)知, 階古, 大舍萬德傳其業. 三人 旣傳十一曲 相謂曰. 此繁且淫. 不可以爲雅正. 遂約爲五曲. 于勒始聞焉而怒.

- 뒤에 우륵은 나라가 어지러워지게 되자, 악기를 품고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하였고, 임금이 받아들여 국원에 살게 하였다. 대나마 벼슬의 주지(또는 법지), 계고, 대사 벼슬의 만덕 등을 보내 그 업을 전해 받도록 하였다. 3인이 11곡을 전수한 다음, 서로 말하기를, 이 음악은 번거롭고 또한 음탕하여 아정하지 못하다고 하여 드디어 5곡으로 줄이니. 우륵이 처음에는 못마땅하여 화를 냈다.

 

及聽其五種之音. 流淚嘆曰. 樂而不流. 哀而不悲. 可謂正也. 其奏之王前.

王聞之大悅. 諫臣獻議. 伽倻亡國之音, 不足取也. 王曰, 伽倻王 淫亂自滅,

<樂何罪乎?>

- 그 뒤 5종의 음악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감탄해하는 말이 “즐겁되 지나치지 않고, 슬프기는 하지만 비통하지는 않아 바른 음악이라고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음악을 임금 앞에서 연주하게 되니 임금이 듣고 크게 기뻐했다. 신하들은 의견을 모아 “가야금은 망한 나라의 음악으로 취할 바가 못 됩니다,”라고 임금에게 건의하였다. 이에 임금이 말하기를, 가야왕이 음란해서 스스로 자멸한 것이지, <음악이 어찌 죄가 된다고 그러는가?>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