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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페루에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신화가 있다

국제저널 무형유산 제17호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무형유산 전문 학술지인 《국제저널 무형유산(영문명: International Journal of Intangible Heritage》 제17호를 펴냈다. 《국제저널 무형유산》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대표적인 영문학술지로 예술인문학인용색인(A&HCI), 미국의 SCOPUS, 현대언어협회국제서지(MLAIB), 아시아연구참고문헌(BAS),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의 등재지이다.

 

17호에는 17개국에서 35편의 논문이 투고되었는데 3차의 심사를 거쳐서 14편의 논문이 실리게 되었다. 논문 주제는 신화와 민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축제, 박물관학, 공간 무형문화유산, 공예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아울러 박물관의 새로운 정의에 관한 담론과 그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이 지니는 역할에 대한 미국의 저명한 공공 민속학자 미셸 스테파노(Michelle L. Stefano)의 특별기고는 오늘날 박물관은 ‘다양성’, ‘포용성’, ‘공동체 참여’라는 값어치에 주목할 것을 시사한다.

 

신화와 민담 속에 녹아있는 문화의 기원

 

「The Origin Myth of Sun and Moon in the Andean and Korean Traditions」(안데스와 한국의 전통에서 해와 달 기원 신화) 논문은 우리에게 친숙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과 페루의 해와 달 신화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각각의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한국과 페루의 신화에서는 공통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밧줄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나라 신화의 유사점이 흥미롭다. 저자들은 레비 스트로스(Levi-Strauss)의 신화이론에 기반하여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페루의 ‘와콘(포식자)과 윌카스(쌍둥이)’를 ①태초 시간의 계기 ②홀어머니의 여정 ③쌍둥이(남매) ④사기꾼, 포식자, 희생양 ⑤하늘의 밧줄과 상-하위 세계 간 이동으로 분석하였다. 두 신화는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밧줄을 쓰지만 각 각의 신화는 고유한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민담 관련 「The other side of the coin: Towards a narrative analysis of Dogri folk tales」(동전의 반대면: 도그리(Dogri) 민담의 내러티브 분석) 논문은 인도 북서쪽 산악과 인접한 평지 지역에 거주하는 도그라스(Dogras) 종족의 도그리 민담의 현지 조사에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민담 사례연구는 전 세계 민담 속에 깃든 옛 지혜를 공유하고, 소멸해가는 공동체의 문화에 숨을 불어넣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홍보 중에 선택은?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의 실효성 관련 「‘Our Culture is dying’: Safeguarding versus representation in the implementation of the UNESCO ICH Convention」(소멸되고 있는 우리의 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이행에 있어서 문화유산의 보호 또는 홍보) 논문은 어떤 공동체에게 값어치 있는 무형문화의 연행 또는 보호가 과연 ‘인류’를 위한 것인지 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을 제도화하고 정책으로 이행하면서 특정 공동체의 ‘간판’ 문화유산이 선정되고, 이는 대외 홍보나 돈벌이로 이용된다.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담론 또는 정책에서 공동체가 진정으로 보호되길 바라는 문화유산과 대표적 문화로 선정되고 홍보되는 문화유산 간의 괴리가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저자는 남아프리카 말라위(Malawi)의 현장조사를 사례로 무형유산 보호와 대표문화로서의 홍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둘 가운데 하나만 고를 것을 제안한다. ‘보호 협약’의 제도적 이행의 관점보다는 공동체 스스로가 그들의 정체성, 자부심, 다양성 심지어 돈벌이 등 어떠한 이유로든 그들의 문화를 드러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문화유산 정책이 종종 문화유산의 보호보다는 홍보 면이 있음을 인지해야 더욱 신중하고 효율적이고 윤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밖에도 중국 도자기 공예 전승에 있어 국가 정책 개입의 영향, 터키의 목욕 전통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국제저널 무형유산》은 2006년 1호 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호를 펴냈다. 모든 논문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원문검색>, 국제저널 무형유산 누리집(www.ijih.org), 한국학술지인용색인사이트(www.kci.go.kr), 등을 통해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