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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서울옥션 경매, 눈에 띄는 ‘덩’과 ‘사각주자’

박수근과 남관 그리고 야요이 쿠사마 작품도 출품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서울옥션은 10월 25일 저녁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69회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다. 모두 78점, 약 70억 원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서 눈에 띄는 고미술은 어린 공주나 옹주가 사용했던 덩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가마와 동체의 측면이 4면으로 이루어진 주자가 있다. 또 한국 근대미술을 지탱하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가운데 박수근의 <나무 아래서>와 남관의 <동양의 제>가 보인다. 특히 나라 밖 출품 작품으로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은 경매 추정가가 6억 원-9억 원이나 된다.

 

먼저 가마는 이동 수단이었으며, 권위의 상징이었기에 엄격한 규제를 두었고 고위 관직이 아니면 쉽게 이용할 수 없었던 품목이었다. 출품작은 일반적인 가마 가운데서도 그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것으로 보아 어린아이가 탔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장식성, 고급 옻칠, 정교한 조각과 견고한 마감뿐만 아니라 용과 봉황 등 왕실에서 주로 사용했던 무늬가 조각된 것으로 보아 어린 공주나 옹주가 사용했던 ‘덩’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출품작은 몇 전하지 않는 <덩> 가운데서도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에서 우리나라 공예의 높은 수준을 확인할 수 있고, 오랜 세월을 거쳤지만 그 상태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가마와 함께 출품된 <백자청화화훼문사각주자>는 동체의 측면이 4면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각 면에는 청화 물감으로 각기 다른 풀꽃 무늬가 괴석과 함께 그려져 있고, 소담한 풀꽃 무늬 주위로는 여백이 적절하게 운용되어 유약 빛깔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몸통 윗면에 꽃과 덩굴무늬가 뚜껑받이 주변을 둘러 그려저 있을 뿐만 아니라 뚜껑과 손잡이 윗면에도 같은 무늬를 얹어 어느 시점에서 보아도 조화롭다.

 

 

기형에 있어서는 각진 어깨와 함께 직선 모양이 주를 이루지만 아랫부분이 부드럽게 마무리되고 손잡이와 주구에 유연한 곡선도 적절히 활용하였다. 주구는 몸체와 접합된 부분이 비교적 넓고 출수구로 갈수록 좁아지며 바깥쪽으로 휘어져 출수량을 조절하는데 쉽게 성형되었다. 몸통 안쪽까지 유약이 고루 발라져 있다. 이러한 각형 주자는 까다로운 제작 방식 탓에 온전히 전해지는 경우가 드물어 더욱 귀하다.

 

이번 경매에서는 한국 근대미술을 지탱하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박수근의 이번 출품작 <나무 밑에서는(Under Trees)>가 그려진 1960년대는 작가의 작품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는 때이다. 형태는 더욱 단순화되면서 굵은 윤곽선에 의해 강조되고, 질감은 더욱 두텁고 거칠어져 표면은 화폭에 유화로 그려진 회화라기보다는 마치 돌과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인물이나 풍경화에서 검은 선과 흰색, 회갈색, 황갈색의 색채를 사용해 명암과 원근감이 거의 배제된 표현을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 밑에서는>을 보면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나무가 인물들에 견줘 비례적으로 훨씬 크게 그려졌는데,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모습을 강조해 표현하기 위한 조형적 장치로 보인다. 그림에는 오른쪽에 남성 셋이 보이고, 왼쪽으로 한 여인이 허리를 굽혀 일하고 있다. 여인의 저고리는 붉은색으로 칠해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색감 안에서도 변화를 줬다. 이번 출품작은 밭을 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특히 일하는 남성들의 동적인 모습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박수근과 함께 남관의 그림도 보인다. 이번 작품 <동양의 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화폭 위에 종이와 같은 재료를 붙이는 콜라주 기법과 이를 다시 떼어내는 데콜라주 기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화면 전반에 깊이 있는 색의 층들을 만들어냈다. 후기에 그려진 작품들은 푸른색을 띠는 경우가 많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파리에서 작업하던 시기에는 회색계열이나 자색 계열의 어두운 작품이 다수 제작됐다. 이는 한국전쟁 기간 종군 화가로서 민족적 비극을 목격했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경매에서 나라 밖 작품으로 야요이 쿠사마의 출품작 <호박>은 1991년에 그려진 것으로, 점의 표현이 세밀하고 촘촘하여 율동적인 <호박>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의 그물망 또한 직선으로 이어지는 삼각형 형태가 아닌 비교적 둥글고 비정형적인 형태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며, 흰색과 검은색은 대비가 강렬한 흑백톤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 추정가는 6억 원~9억 원이다.

 

 

10월 25일(화)에 진행되는 <제169회 미술품 경매>에 앞서 본 경매의 시사회(프리뷰)는 10월 15일(토)부터 25일까지(화)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 1층, 5층, 6층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