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빌보드200의 정상에 선 방탄소년단(BTS)은 더 이상 한국의 아이돌만이 아닌 세계 문화를 이끌어가는 젊은 예술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정국’은 이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무대에 올라서면서 ‘나라 밖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한국 가수’라는 영예를 얻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K-팝의 슈퍼엠(Super M), 스트레이키즈(Stray Kids), 블랙핑크 (BLACKPINK)가 방탄소년단(BTS)를 이어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인기가 오르면서 전통문화예술콘텐츠를 활용하며 다양한 예술의 면모를 보이며 세계의 팬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IDOL’의 뮤직비디오에서 북청 사자놀이와 굿거리장단을 활용하였으며 이후 ‘MAMA’ 무대에서 다양한 한국의 전통 무용을 안무로 활용하였고 블랙핑크(BLACKPINK)는 <본 핑크> 앨범에 수록된 ‘셧다운 (Shut Down)’ 외에 ‘핑크 베 놈 (Pink Venom)’의 뮤직비디오에서 자개 무늬의 네일아트와 검은 천을 두르고 거문고를 연주하였다. 이 밖에도 빅스 (VIXX)의 ‘도원경’은 오직 한국어로만 된 가사와 가야금으로 시작해 한국의 미를 보여줬고 무대 소품으로 합죽선을 활용하였으며 원어서(ONE US)도 2019년 발매한 ‘가자’ 이후로 두 번째 한국풍 서사가 담긴 ‘월 하 미인'을 발표해 판소리와 양주별산대놀이 탈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켰다.
이들의 전통문화예술콘텐츠 활용의 기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일까? K-팝의 아이돌들과 이들을 세계의 아이돌로 급부상시킨 팬들의 현재 나이는 10대 중ㆍ후반에서 20대 초ㆍ중반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약 20년 전쯤 문화예술계는 전문예술인 파견 강사풀제 (이하 강사풀제)란 각 예술분야의 전문인력을 학교에 파견해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였다. 2000년 국악 강사풀제를 필두로 2002년 연극, 영화, 무용,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분야에서 강사풀제가 이어져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강사풀제는 예술분야별 전문인력의 방문 교육을 통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고, 예술 전공자와 관련 전문가들에게 교육현장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국악의 교육은 실로 눈에 띄었다. 초창기 교과연계의 단소와 민요의 실기중심의 수업에서 판소리 창법과 고법 수업, 전래놀이수업, 해금과 가야금, 거문고 등의 전문실기, 설화기반의 스토리텔링의 극놀이, 사물놀이 등 다양한 교육콘텐츠들이 여러 국악 강사들의 노고에 힘입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질 높은 교육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보급되었다. 이제 국악 수업이 없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국악 수업은 학생들의 생활 속에 밀착된 일상의 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국악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되면서 국악 관련한 문화 향유가 각 지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국악은 세대를 잇는 매개체 역할도 자처하면서 더 이상 낯설고 어려운 전통의 음악이 아닌 우리 일상의 음악이자 우리 시대의 생활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이어온 국악 교육은 대중예술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일 년 전 방송을 앞둔 MBN <조선 판스타>와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은 각각 대한민국 첫 '퓨전 국악 오디션', '국악 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하였다. 이 가운데 <조선 판스타>는 대중가요, 뮤지컬, 힙합 장르의 명곡을 ‘K-소리’로 재해석하는 ‘판터닝(Turning)’ 경연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풍류대장>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국악계 실력자들이 다수 참가해, 국악과 대중음악이 결합한 음악을 선보였다.
3부작으로 종영한 KBS <조선팝, 드랍 더 비트>도 국악과 다양한 장르를 섞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1부에서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국악의 확장성을 타진하고, 2ㆍ3부에서는 국악 음악가들의 무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또한, JTBC <슈퍼밴드>의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거문고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거문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도가 엿보이기도 하였다.
경연에서 한 심사위원은 “국악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시청 연령층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전 세대가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열띤 마당이 되면서 앞으로의 국악의 발전과 성장을 발판으로 K-팝의 새로운 도약을 기기대하게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음악이 무엇이나 들여다보니, 안예은 노래의 경복궁에 사는 해치에 관한 이야기 ’메롱 해치‘, 쏘망(50mang) 작곡의 ’혼유‘, ’둔갑‘ 등을 들고 있다. 두 가수 모두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한 국악 풍의 음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렇듯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MZ 세대들을 대상으로 막 번성기를 누리게 된 그 뿌리는 국악 교육이라고 말해도 크게 잘못된 말이 아닐 듯하다.
그러나, 몇 달 전 교육부가 초ㆍ증ㆍ고 국악교육을 축소할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 이에 우리는 국악 교육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다시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애초에 강사풀제의 시작이 국악이었던 것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그 뿌리는 아니다. 당시 세계 예술계는 주요 문화 강대국인 서양에 지배되는 ‘문화 획일화’ 우려가 퍼져지면서 지역과 민족을 포괄하는 다양한 내용의 월드뮤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문화강국의 꿈을 그리며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서양 음악 위주의 우리나라 예술교육 상황에서 국악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악 수업의 중요성이 제시되었고, 그래서 시작된 것이 국악 강사풀제였다. 그 씨가 약 20년 전에 뿌려졌고 이제 막 꽃을 활짝 피우는 때를 맞았는데 열매를 맺기도 전에 ‘초ㆍ증ㆍ고 국악교육 축소’가 그 싹을 꺾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20년이란 긴 세월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제발 초ㆍ증ㆍ고의 국악 교육 축소라는 어이없는 정책은 다시 거둬들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