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이 답사 마지막 날 밤이다. 며칠 전 모자를 잃어버려 사인산드시에서 출발하면서 대형 마트에 들렀는데, 모자가 몇 종류밖에 없어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챔피언 모자를 하나 샀다.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 거리가 정갈하고 붐비지 않는다.
중국 국경 봉쇄로 남북으로 연결되는 산업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 달리기에는 좋다. 도로 주변 풍경이 사막으로 푸른 하늘과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동물과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다 대평원이 나온다. 비슷한 그림을 연속으로 이어 붙이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
200km를 달려 처이르복드(산)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큰 바위산 두 개가 연결되고 신령스러운 바위와 기도 터 등 수석을 수만 개 산에 전시한 것같이 멋진 풍경이다. 이곳은 아르갈(야생 양)과 양기르(야생 염소) 보호구역으로 입장료를 받는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우측 산 바위 능선에 아르갈 두 마리가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어 촬영하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 가까이 가야 제대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람의 반대 방향 능선으로 올라가려고 멀리 있는 길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가는 길 바위에 산신 상을 새겨 놓았고, 큰 바위와 장군바위 아래 하닥을 걸어놓고 기도한 흔적이 있다. 작은 뱀이 한 마리 도망간다. 뱀은 사막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바위산을 저리거 씨와 숨을 죽여 살금살금 반대 측에서 산으로 올라가니 야생 염소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저리거 씨는 처음 발견한 우측 능선을 탐색하고 나는 좌측으로 길게 이어지는 바위 능선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직벽 큰 바위 아래 응달에서 오른쪽으로 두 마리, 이어서 왼쪽으로 두 마리가 후다닥 뛰면서 순식간에 능선을 돌아나간다. 나도 연속으로 사진을 찍었다. 빨리 뛰어가며 역동적인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
오른쪽으로 되돌아 내려가니 저리거 씨가 산 아래 작은 바위에 4마리가 있다고 하여 보니 도망친 놈들이다. 거친 바위산을 내려오니 두 시다. 얼른 떡국과 수제비, 누룽지를 끓여 허기진 배를 채웠다.
산 아래 낙타 동상이 줄지어 서 있다. 이 길은 티로드(차(茶)의 길) 대상길로 중국에서 몽골, 러시아, 영국까지 이어지는 13,000km 대장정 최단 거리 대상 루트라고 한다. 대상 1팀은 낙타 13마리에 짐을 묶어서 3명이 이끌고, 하루 많게는 90km를 이동하며, 안전을 위해 개도 동행하였다고 한다.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 건너편 건물 앞에 마르코폴로 동상이 있어 궁금했는데, 이곳 티로드와 연결되어 있다니, 오늘에서야 현장에서 배웠다.
해가 지고 울란바토르에 진입하였다.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 시설이 좋은 호텔에 샤워하고 누우니 피로가 몰려온다. 길고 긴 답사 3,300km를 무사히 마치고 내일 귀국한다. 그동안 수고한 저리거 씨와 후방 지원한 모기 씨, 거친 사막을 동행한 오문수 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