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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이제 정말 칠십이구나

멀리 보면서 담담한 마음과 자세로 걸어가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8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시작은 흰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리 그림이 얼마라도 그려져 있으면 원하는 새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것이지만 새해를 맞을 때도 같은 심정이다. 그래 새해 아침에 첫눈이 오면 다들 좋아하는 것이겠지.

 

올해 토끼띠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말 칠순이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올해부터는 세는 나이가 아니라 산수로 정확히 떨어지는 나이로 칠십이다. 물론 가을에 생일이 와야 만 70이니 그때까지는 아직 칠순이지만 칠순이건 만 칠십이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다만 그래도 그런 개념상의 나이 헤아리기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니 그렇게 따지고 사는 것이지. ​

 

아무튼 올해 나도 진정으로 칠짜 항렬로 올라간다. 진행형 '올라간다'가 아니라 사실상 현재완료형의 '올라갔다'라고 함이 맞겠다. 후배들을 만나 내가 이제 칠짜 세대로 들어갔다고 하니 놀라긴 하던데 막상 선배들은 나이 드시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어 그런지 내가 칠짜를 거론하면 "그래. 아직도 한창이네"라고 말해주니 그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

 

인생에 있어서 칠십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서의 올해 칠십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동안 공자가 예전에 밀씀 하신 삼십 사십 오십 육십에 해당하는 말은 잘 알아들었지만 칠십에 해당하는 말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젠 알아야 하는구나. 한문 원문을 찾아보니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란다. 문장 앞부분은 "칠십이 되어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른다"로 풀 수 있다면, 그 뒤는 불유구(不踰矩)라는 세 글자는 말 모르겠다. 踰(유)는 '넘는다'라는 뜻, 矩(구)는 '곱자', 곧 굽은 자이니 굽은 자를 넘지 않는다는 뜻은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구나. 그러므로 칠십은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공자같이 배움에 뜻을 두고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누구처럼 세상에서 세파를 따라 막무가내로 산 사람들로서는 아무리 칠십이 되어 마음 가는 대로 한다 해도 법도를 넘지 않을 자신은 없다. 마음 가는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기에 법도를 넘을 가능성은 당연히 커진다. 욕심을 버려야 잘못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칠십이니, 욕심을 버리고 마음이 맑고 담담하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주 그런 말을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

 

얼마전 개봉한 영화 <영웅>으로 해서 다시 안중근 의사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는데, 명필인 안중근 의사가 쓴 유묵 가운데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라는 유묵이 있다. 안 의사가 순국하기 한 달 전쯤에 쓴 것인데 2009년에야 공개가 되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맑은 마음으로 뜻을 밝히고, 편안하고 정숙한 자세로 원대함에 이른다’라는 것인데,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포부를 이룰 수 있다’라는 뜻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 아들 첨에게 일러준 말로 제갈공명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으며 자녀 교육의 지침으로도 삼았다고 해서 우리가 기억하는 문장이다. 안중근 의사는 순국을 한 달여 앞두고 하필 왜 이 글귀를 택했을까?

원래 이 말은 제갈공명이 만들어낸 말은 아니고 그 이전에 한나라 초기에 劉安(유안)이 쓴 《淮南子(회남자)》라는 책에 나온 것을 제갈공명이 받은 것이다. 원 문장은 "非澹漠無以明德,非寧靜無以致遠"라고 했는데 담막이나 담박(澹泊)을 같이 ' 맑다'는 뜻으로 본다면 결국 "정신이 맑아야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좋은지를 맑게 알 수 있다"라는 것이다. 영정(寧靜)은 마음을 편안하게 고요하게 한다는 것이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상태로 고요하게 있어야 먼 곳까지 꿰뚫어 뜻한 바를 이룰 수가 있다"라는 것이다.​

 

안 의사는 시골에서 학문을 하고 뜻을 세워 그 뜻을 몸으로 실행한 분이다. 조선이란 나라의 평안을 생각하고는 이를 어느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각 나라 모두의 평안으로 연결하고 이를 얻기 위해서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힘이 센 나라가 작은 나라를 위력이나 군대로 압박하지 말고 선린의 도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수장을 자신이 직접 처단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그가 거사하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흔들릴 수 있을까? 만약 마음이 흔들렸다면 이토오를 향한 총구가 다른 데로 갔거나 일본 군인들의 저지로 거사가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단 몇 발의 총알로 본인의 뜻을 정확히 관철했고 그것으로써 그는 자신의 행적에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그다음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행동은 적군인 일본군까지도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의연함과 당당함이었다.

 

정말로 안중근 의사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담박하였기에 그의 뜻하는 바를 밝혔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기에 자기가 뜻하던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기 한 달 전쯤에 쓴, 사실상의 유묵(遺墨)은 그의 일생을 관철했던 이 같은 사상과 행동을 다시 밝히고 남아있는 우리 민족에게도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 안중근 의사의 삶을 본다면 꼭 우리 민족에게만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들, 나아가서는 세계인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어떤 것인가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그 문구가 칠십을 맞는 사람에게 떠오르는 것이다. 나의 칠십도 담박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저 앞에 설정하고 걸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룬 것은 지나간 것이고 아직도 할 일은 많이 있다. 정치가 어떻게 되든,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든, 우선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 눈을 들어 멀리 보면서 담담한 마음과 자세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웃의 삶을 바꾸어주는 변화를 작은 데서부터 다시 추구하면 되지 않겠는가?

 

지나가는 시간을 보면 늘 안타깝고 어느새 한해란 시간을 또 허공으로 날려 보냈지만, 그렇다고 또 후회하지 말자. 이제 시간의 신(神)에게 우리의 시간, 시계의 운행을 늦춰서라도 시간을 잘 쓸 기회를 더 달라고 말해보자. 벌써 칠십이 아니라 이제 겨우 칠십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남아있는 시간, 멀리 저 앞에 설정한 목표를 위해 욕심내지 말고 담담하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걸어가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