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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심봉사가 하는 말 “부중생남중생녀(不重生男重生女)”

[서한범 교수의 우리 음악 이야기 61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임방울 대회에서 대상에 오른 최잔디 양이 20여 년 전, 중학생 시절과 고등부에서도 금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 임방울 대상 전에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의 차하,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 균화지음 전국대회 금상, 장월중선대회 대상, 춘향국악대전 고등부 우수상, 등 수상 경력이나 공연 실적, 주요 작품의 출연 경력 등이 화려하다고 이야기하였다.

 

대표적인 활동내역으로는 2003년과 2015년에 각각 <최잔디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비롯하여, <고창 동리문화재단 기획 판소리 완창전>이 있고, 돈화문 국악당 <수어지교: 판소리편 >과 <전주세계소리축제,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심청가와 춘향가>, <국립국악원 목요풍류, 판소리편 수궁가>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최잔디의 보성소리 심청가 완창 발표회> 등이 대표적이다.

 

 

최잔디 명창이 대상을 안은 임방울 국악제에서 부른 <심청가> 가운데서 ‘심봉사, 눈뜨는 대목’의 앞부분을 지난주에 소개한 바 있다. 사설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다고 이 부분을 원본대로 소개해 주기를 희망하는 독자들의 요청이 있어 그 마지막 부분인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성창순의 창본으로 소개한다.

 

(아니리) 심 황후 부친을 살펴볼 적,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헌 게, 부친 얼굴이 은은허나, 또한 산호주렴이 앞을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아니 허니,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심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 만은

먼눈에서 눈물이 뚝 뚝 뚝 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의 산후경으로 상처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으다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 먹여, 개우개우 길러내어 십오세가 되었는디, 효행이 출천하야 애비 눈을 띄인다고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의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으러 간지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 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의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이 말 듣고, 산호 주렴을 걷쳐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 “아버지라니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에이 누가 날 더러 아버지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于今) 삼 년인디,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어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아니 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것이 웬 말이냐.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청이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 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어디,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아이고 답답허여라.”

두 눈을 끔쩍 끔쩍, 끔쩍 끔쩍 허더니마는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도술이것다. 심봉사 눈 뜬 김에 수천 명 봉사들도 모도 그 훈짐에 눈을 따라서 뜨는디, 이런 가관이 없는가 보드라.

 

(자진모리)만좌(滿座)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띄는 소리라 쫙-쫙- 허더니마는 모도 눈을 떠--버리는구나. 석 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나와 참례허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희집에서 눈을 뜨고, 미쳐 당도 못헌 맹인, 중도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어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화내다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앉아 노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뜻 뜨고, 지어 비금(飛禽), 주수(走獸)까지 일시어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아래 줄임)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고 지화자자 좋을시고.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궁궐이 웬일이며, 궁 안을 살펴보니 창해 만리 먼, 먼 길에, 인당수 죽은 몸이 환 세상 황후 되기 천천만만 뜻밖이라. 어 얼씨구나 절씨고.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 싸움에 자룡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날로 두고 이름인가, 얼씨구나 절씨고. 일월이 밝아 조림허여 요순천지가 되었네.

부중생남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고.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얼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고. 이 덕이 뉘 덕이냐, 심황후 폐하의 덕이라.

 

태고적 시절 이후로 봉사 눈 떴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고.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만만세. 부원군도 만만세. 여러 귀빈님도 만만세. 천천 만만세를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나 절씨구.

 

 

위의 사설 가운데서 “부중생남중생녀(不重生男重生女)”라는 말은 ‘장한가’의 한 구절로 남자아이 생산에 힘쓰지 말고, 여자아이 생산에 힘을 쓴다는 말이니, 심청 같은 효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판소리 <춘향가> 마지막 부분에도 이 말이 나오고 있다.

 

춘향모인 월매가 “남원 읍내 사람들, 나의 발표헐 말 있네. 아들 낳기를 심을 쓰지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 곱게 곱게 잘 길러…”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