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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오무라 마스오 타계

오무라 교수, 삶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보내다
맛있는 일본이야기 < 675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 시인의 연구를 한다거나 책을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오무라 마스오 교수님의 자료를 활용하고,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인데 그는 일본 내에서 윤동주 연구의 일인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특히 오무라 교수님은 1985년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중국 조선족문학연구를 위해 1년간 연구 교수로 있을 때 윤동주(1917~1945) 시인의 무덤을 찾아낸 분이고,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尹東柱 自筆 詩稿 全集)》을 펴내는 등 윤동주 연구에 쏟은 시간과 정성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있는 도다 이쿠코 씨가 펴낸 《동주의 시절》 책을 보내와 우편으로 자택에 보내드렸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시던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은 오무라 교수님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이는 평생 윤동주 시인을 포함한 한국문학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지난 1월 15일, 세상을 뜬 일본 학자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89살) 와세다대 명예교수에 대한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의 말이다.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 씨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의 대표를 맡아 25년 넘게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는 어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5년 전, 윤동주 고향을 여행하기 전에 '윤동주의 고향을 찾아가는 모임'을 통해 미리 윤동주 시인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오무라 마스오 교수님께서 오셔서 귀중한 사진과 자료를 주셨습니다. 오무라 교수님은 제가 윤동주 시인의 시와 생애를 접하는 첫걸음부터 지켜봐 주신 분입니다. 오무라 교수님은 뛰어난 문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 역사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으로 소소한 발언 하나에도 문제가 있으면 수정 사항을 써서 엽서로 보내주실 만큼 정확성을 요구하시는 등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근ㆍ현대 문학 전문가인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여권 이상 펴냈다. 개화기부터 카프문학을 거쳐 일제말기에 이르는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북한문학 더 나아가 중국 조선족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한국문학 사랑은 끝이 없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이기영(1895~1984)의 장편소설 《고향》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2018년, 제16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은 바 있으며, 2022년 11월에는 제28회 용재학술상을 수상했다. 용재학술상은 문교부 장관,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용재 백낙준 박사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해마다 한국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석학에게 주는 상이다.

 

 

이번 연세대의 용재학술상을 받기 위해 지난해(2022) 11월 22일, 한국을 방문한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88살의 노구를 이끌고 휠체어에 의지하여 시상식에 참가했다. 이후 인천의 관동갤러리를 찾아 《동주의 시절》 책을 펴낸 도다 이쿠코(戶田郁子) 작가와 만나 “《동주의 시절》 에 대해 한 꼭지, 한 꼭지 신중하게 책을 읽었다. 정말 좋은 책을 만들었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도다 이쿠코 작가는 오무라 교수의 말을 듣고 앞으로 윤동주에 관해 문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윤동주를 조명해도 좋다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인증서라도 받은 듯 기뻤다고 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이날(22일) 인천관동갤러리와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및 개항박물관을 찾았으며 저녁 4시 30분부터는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 대회의실에서 <나는 왜 한국문학 연구자가 되려고 하나?>라는 주제로 줌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줌 강연회에 참가한 도다 이쿠코 작가는 “강연회에서는 주로 김학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특히 연변에서 감시받고 있던 김학철 집에 매주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것이 오무라 마스오 교수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오무라 마스오 교수가 말한 김학철(1916-2001) 선생은 인생의 절반을 항일투사로, 나머지 절반은 문학가로서 창작 활동에 몰두했던 인물이다.

 

 

한국과 중국이 아직 수교하기 전인 1985년, 오무라 교수가 윤동주 연구를 위해 중국 연변대학에 머물고 있을 무렵, 국내에서는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 시절, 윤동주의 무덤을 찾아내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수많은 자료 수집과 연구실적으로 윤동주를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린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흔한 백과사전에도 이름이 보이질 않을 정도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삶을 마감하기 한 달쯤을 남겨 놓은 시점에도 한국으로 건너와 문학강연을 하고, 문학관을 관람하는 등 평생 한국어와 한국문학과 한국인의 삶 속에서 보냈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한국근대문학 연구의 대부(代父 )라고 부르고 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누구인가? 】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1933.5.20.~2023.1.15.) 교수는 중국ㆍ조선(한국)문학자며, 와세다 대학 명예교수. 1957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1962년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중국문학전공 박사과정 중퇴, 1964년 와세다 대학 전임강사, 2002년 정년.

 

대표적인 저서로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역사와 전개》, 《조선근대문학과 일본》 , 《조선을 아는 사전》 , 《조선문학 관계 일본어 문헌 목록 1882.4~1945.8》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39-1945, 창작집》 전6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39-1945, 평론》 전3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01-1938, 창작집》 전5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01-1938, 평론・수필집》 전3권 , 김윤식의 《상흔과 극복 한국의 문학자와 일본》, 임종국의 《친일문학론》, 김현표의 《어느 항일운동가의 궤적 "불령선인"의 증언》, 《한국 단편 소설선》 , 강경애의 《인간문제》 , 《바람과 돌과 유채꽃과 제주도 시인선》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