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돼지 잡고 전 부치니
동네잔치 따로 없다
원근 각설이들
떼 몰려 들어온다
조문은
나중 일이고
술 한 잔이 우선이다
발인이다 발인이야
소리꾼 괭쇠 소리
상주 백관 뒤따르고
꽃상여 길 떠나자
꽃잎은
난분분 지고
청산은 푸르러 온다
어이호, 어어이호
어화넘차 어이허호
앞소리꾼 매김 따라
상두꾼 상여 어를 때
명정대(銘旌帶)
용머리 얹고
붉은 깃발 요란하다
< 해설 >
큰어미 죽고, 갓난아이 죽어 쑥대밭 된 마을이지만 그래도 형식은 갖춰야 하니 발인하고 상여 메어 묏자리라도 봐야지. 상주 백관은 곡하고, 여기저기 문상객도 찾아와 그런대로 상갓집 분위기는 난다. 아무리 원통한 죽음이라도 마냥 슬픈 울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복 누리고 오래 살다 떠난 사람이라 해도 호상(好喪)이란 없다. 이 상가는 어처구니없는 애사이니 문상객인들 뭐라 할 말 있겠는가.
어쩔거나. 이제 와 후회해도 무슨 소용이랴. 죽은 이는 죽어서 잊히고, 산자는 살아서 또 한 세상 사는 것을. 그래서 돼지도 잡고 전도 부친다. 이 가족에겐 슬픔이지만 각설이들에겐 거룩한 잔칫날이다. 이런 날 어찌 걸인이라고 내쫓을 수 있을 것인가. 지지고 볶은 음식일랑 조문객도 거렁뱅이도 함께 노놔 먹어야지. 비록 갑작스러운 횡사이긴 하나 상가는 늘 떠들썩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발인하고 상여 나가는 장면을 3수의 평시조로 엮었다. 상여 맨 앞엔 앞소리꾼이 꽹과리 치며 구성지게 소리한다. 상여를 끌었다 멈췄다 하며 저승 가는 노잣돈이라며 백관들 지갑을 열게 한다. 지폐들은 상여 엮은 삼베나 새끼줄에 주렁주렁 달린다. 이 돈은 나중 상두꾼들 막걸리값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뭣 모르는 아이들은 깃발 들고 우쭐우쭐 따라간다. 나중 국밥이나 떡 얻어먹을 생각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