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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울, 경기지방의 <본조 아리랑>은 1896년, 헐버트(Hulbert)가 채보한 <구아리랑>을 고쳐 만든 아리랑이라는 이야기, 또한 <긴 아리랑>은 <본조아리랑>이나 <구아리랑>과는 노랫말, 가락, 장단형, 빠르기, 분위기 등이 서로 다르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 이야기는 춘천시립국악단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경기 및 서도 지방의 전통 민요를 전공하고 있는 소리꾼들은 여러 지역의 다양한 소리를 잘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마치 한국어를 전공했다고 해서 각 지역의 언어, 예를 들면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의 고유한 언어, 또는 충청도나 강원도, 제주도의 독특한 지방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

 

각 지방의 고유한 언어가 익숙해질 수 없는 경우처럼, 민요창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래서 발성법이나 표현법, 시김새의 처리 등등이 서로 다르기에 전공 분야 외에 소리는 제대로 잘 부르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곧 경기소리에 능한 사람이 서도소리를 제대로 부르기 어려운 법이고, 서도소리를 잘하는 단원이 경기나 남도(南道)의 소리를 맛깔스럽게 부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두 번째 정기발표회를 준비한 《춘천시립국악단》 상임단원들은 차세대 명창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증명하듯, 각 지역의 특징있는 소리들을 맛깔스럽게 표출해 내고 있었다. 소리뿐이 아니고, 특징을 지닌 춤사위나 동작, 그리고 적은 인원들이 넓은 무대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몸동작의 세련미도 비교적 안정감을 주었다.

 

 

그것은 공연 중, 잠시도 자리를 떠날 수 없도록 노래와 관현악, 춤, 무대 구성, 등등이 집중력 있게 펼쳐져 객석을 뜨겁게 달구어 주었던 점으로도 증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통 민요의 역동성(力動性)을 살린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흥과 신명을 최대한 드러내면서도 부분, 부분에서는 한(恨)을 적절히 표현해 주어 객석으로부터 추임새가 끊이질 않았다. 예술 감독의 안목이나 경험, 단원들의 꾸준한 연습, 성실한 생활이 이루어낸 성과일 것이고, 그 위에 탄탄한 공연을 제작해 낸 기획력이나 연출력이 돋보였던 알찬 공연이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늦어질 수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곧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욱 성장해야 하고, 확대 발전하는 악단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당부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첫째는 단원의 증원 문제가 시급하다.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은 짐작이 되지만,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 주기 바란다. 지난 연말의 정기발표회에 보여준 바와 같이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소리를 1시간 이상 소화했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컸다. 가령, 출연자가 무대에 나갔다가 발표를 끝내고 돌아오면 잠시 호흡도 조절해야 하고, 다음 순서에 임하는 의상, 준비물, 악곡의 가사나 음정 등, 마음의 준비 시간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단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히 옷만 갈아입고, 또다시 무대로 나가야 한다면 그 무대는 매우 불안한 등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리 젊은 소리꾼들이라 해도, 목이 상하고 몸이 지치게 되면,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서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어야 악단의 존재 이유도 분명해질 것이고, 다른 시도(市道) 및 국제 교류, 나라 밖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증원은 절대적이다. 춘천시 당국의 긍정적인 고민과 결단을 기대한다.

 

둘째는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단이나 시립예술단 관계자들이 공연 홍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오는 관객 잘 맞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립국악단 공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사전에 홍보 작전을 펼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셋째는 공연 프로그램을 제작함에도 더욱더 친절해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첫 곡, <관동팔경>은 모두가 생소하게 느끼는 악곡이었는데, 이에 대한 사설의 소개와 함께 해설하는 안내도 필요할 것이다. 지역 내 다른 단체, 또는 다른 시도의 또 다른 프로그램도 참고해서 제작해 주기 바란다.

 

《춘천시립국악단》의 창단 소식에 많은 국민이 찬사를 보낸 것으로 듣고 있다. 특히 강원도 민요를 중심으로 경기권, 서도권 등 중부지역의 전통적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창극단으로 특화해서 출범하였다는 점은 국악계, 나아가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춘천의 지역적 특성이나 전국의 국악단 상황, 그 운영 등을 고려해 볼 때, 매우 경쟁력 있는 단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특히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라 명창은 소리 경력이나 공연 능력, 그리고 따뜻한 인품과 겸손하면서도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 성장 시기를 충분히 앞당겨 줄 것이라 믿는다. 이번 발표회에서 이미 그 가능성이 확인되었기에 내년의 기대가 더더욱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