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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강원의 옛 소리, 그대로 보존ㆍ전승되기를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유라 명창이 강원의 소리를 발굴하고 이를 채록, 연구해 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지역민들의 삶을 그려내기 위한 전통적 소리는 무엇보다도 노랫말이나 가락 구성이 강원도라고 하는 지역의 특징을 제대로 표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이유라 명창은 종래 창극단이나 소리극단에서 무대에 올려오던 창극(唱劇), 또는 소리극에 관심을 갖고 이를 ‘국악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0년에 선보인 <절기(絶技), 전계심>이라든가 <아, 김유정>과 같은 작품이다.

 

전자는 춘천 기생, 전계심의 삶을 민요와 판소리, 창작음악, 춤, 연기, 등으로 극화(劇化)한 공연물로 대단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의 또 따른 능력을 검증받기도 했다. 또한 <아, 김유정>은 춘천 출신의 작가, 김유정의 삶과 작품을 전통의 소리와 춤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유정은 춘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잃고 서울재동초등학교-휘문고등보통학교-연희전문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문맹 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한 엘리트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35년부터 1937년까지 2년 남짓이었으나, 30편 안팎의 작품을 남길 만큼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인 문인이었다. 그의 문학세계는 따뜻하고 희극적인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점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지역의 문인을 이유라 감독이 소리와 춤, 음악과 연기, 등이 어우러진 <국악뮤지컬> 형태로 무대에 올려 새로운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이유라 명창이 소리극 형태의 국악뮤지컬 작품 개발을 가능하게 했던 점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 곧 어려서부터 쌓아온 춤 솜씨나, 소리실력 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는 현재 경서도 소리꾼으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젊은 시절부터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여성국극보존회>에도 참여하면서 판소리 어법의 남도(南道) 가락이나 장단, 연기를 익혀 오는 등, 국악인과 연극인들과의 넓은 교류가 지속되어 왔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또한, 그가 <유라예술단>을 창단, 운영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국악 대중화를 위해 젊은 국악 전공자들과 함께 풍물을 앞세우고, 타악 퍼포먼스와 무용, 국악가요, 대중가요까지 어우러진 퓨전국악그룹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옛 춘천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 올린 <토요상설공연>은 어르신 잔치 음악으로만 알았던 국악을 모든 연령층에서 즐기게 되는 멋과 흥의 주체로 춘천 국악을 대중화하기 위한 획기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유라 명창은 한결같이, 지금의 공연 형태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무대를 만들어야 일반인들의 발걸음을 모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더 나아가, 그래야 전통음악의 전성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누구보다도 국악과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다수의 관객을 객석에 돌아와 앉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평소에도 그러한 소신을 밝혀 온 소리꾼이었다.

 

그렇다면, 관객에게 재미있게 교훈과 감동을 주는 방법은 어떤 형태의 공연일까?

 

먼 곳에서 어렵게 찾을 필요도 없다. 바로 판소리와 창극의 관계를 민요와 소리극으로 변화시킨 형태의 <국악극>이 그 대안이 아닐까 한다. 서울이나 전주, 남원, 광주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 공립 창극단의 역할을 상기해 보면 그 해답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춘천시의 시립국악단 창단은 강원도와 경서도 소리를 중심으로 공연하는, 그렇기에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시도해 보지 못한 앞서가는 예술행정이어서 모두의 기대가 큰 것이다.

 

이 감독이 추구하고 있는 <국악극>이란 <국악>+<연극>의 합성어이다. 곧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이 배역을 맡아 펼쳐 나가는 연희 장르다. 이러한 공연형태는 우선 극본(劇本)이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이어야 하고, 아울러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소리실력이나 전문 연출가의 능력도 절대적이다.

 

 

춘천으로 내려와 30년 이상 강원 소리와 함께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에게 소리길을 안내해 주었던 이유라 명창은 그 공로로 문화예술부문 춘천시민상도 받았고, 강원도 문화상도 받았으며, KBS 국악대상 민요상도 수상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개인의 영예보다는 춘천시 평생교육관 국악 강좌 개설을 통해 우리 소리에 관심을 가졌던 평범한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전통 민요를 지도해서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키워냈고 그들이 또다시 그들의 제자들을 가르치는 지역 내의 국악교육 시스템을 만든 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문화재단 주최로 한림대학 일송 아트홀에서 열린 ‘이유라의 소릿길 60년 강원 행”이라는 무대를 끝내고 “강원의 소리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옛 소리 그대로 보존, 전승되어야 한다”라는 그의 마지막 바람을 춘천시민들이 오래도록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

 

30대 초반, 춘천과 인연이 된 이유라 명창, 이제는 자신을 춘천으로 보내야 했던 고 안비취 스승의 깊은 속을 아는 나이가 된 이유라 감독, 그는 오늘도 단정히 앉아 장구채를 잡고 목청을 가다듬는다. 오늘 제자들과 함께 부르기로 약속한 노래는 <강원도 장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