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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용오름, 용이 승천한다고 믿었던 바닷사람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국립해양박물관과 함께 <별별 바다신(神)> 열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남쪽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검은 구름이 갑자기 모여들어 빗줄기가 가득하더니 공중에 한 마리의 용이 솟구쳐 날아서 하늘로 올랐다.” 이는 조선시대 문신이며 학자인 김육(金堉)이 명나라에 다녀온 뒤에 작성한 《조경일록(朝京日錄)》에 있는 내용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는 국립해양박물관(관장 김태만)과 오는 8월 20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실(부산 영도구)에서 위의 용오름이 소개된 공동기획전 <별별 바다신(神)>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풍어와 재난이 공존하는 바다에서 선조들의 삶을 지탱해준 전통 해양 민속신앙을 이해하고, 그 간절한 삶과 애환 속에서 탄생한 ‘바다신(神)’과 ‘무사안녕’의 염원을 축제로 승화시킨 바닷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사람들은 《조경일록》 내용처럼 바다에 용이 산다고 믿었다. 용오름은 '용이 하늘로 승천(昇天)하는 모습과 같다'라는 뜻인데 주로 바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맹렬한 바람의 소용돌이를 말한다. 하늘에서 물고기, 개구리 등이 떨어지는 '동물비'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가설도 용오름 현상이다. 선조들은 용오름을 보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신비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며 용신(龍神)의 존재를 더욱 믿게 되었고, 예측 불가능한 바다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용신에 의지하는 삶을 살았다.

 

그뿐이 아니라 “비바람이 심한 날씨의 항해를 뜻하는 ‘황천항해(荒天航海)’를 무사히 지나가지 못하면 ‘황천(黃泉, 저승)길’을 지나야 한다”라고도 생각했다. 바닷사람들은 배를 타고 험한 바다에 나가야만 했고, 그렇기에 수호신이 필요했으며 그 수호신은 신앙이 되었다고 전시는 말한다.

 

 

 

그렇기에 나라에서 해신제(海神祭)를 지냈고 바닷사람들은 서ㆍ남ㆍ동해안에서 별신제(別神祭) 곧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제사를 대대로 지냈다. 또 전라도 서해안에서는 띠배를 바다에 띄워 보냈다. 그것이 ‘위도 띠뱃놀이’ ‘서해안 배연신굿의 띄배’, 충남 안면도의 ‘조개부르기제 띠배’, 황간도 띠배‘ 제주도의 칠머리당 영등굿의 띠배로 존재했다.

*띠배: 짚이나 띠로 만든 해양의례용 배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 첫 마당(프롤로그) <출항, 미지의 바다를 넘나들다>에서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던 선조들이 자연현상인 용오름을 보며 바다신의 존재를 믿게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죽천이공행적록(竹泉李公行蹟錄,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09호)》 등 용오름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함께 전시로의 항해를 시작한다.

 

 

▲ 1부 <항해, 바다의 두려움을 마주하다>에서는 해난사고와 흉어(凶漁) 등 바다의 무서움과 이 때문에 생겨난 바닷사람들의 여러 금기를 소개한다. 옛 난파선 태안선(泰安船, 고려) 및 조운선(漕運船, 조선) 모형, 1862년 11월부터 1863년 5월까지 전라도의 세곡(稅穀) 운반 과정을 기록한 일기인 《조행일록(漕行日錄, 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108호)》 등도 소개한다.

 

▲ 2부 <수호, 별별 바다신이 지켜주다>에서는 바닷사람들의 소망으로 탄생한 다양한 수호신을 소개한다. 배의 신인 배서낭, 인물신, 관음보살, 세계의 해양신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용왕과 용태부인이 살고 있는 용궁이 조성되어 있다.

 

▲ 3부 <기원, 간절한 염원이 피어나다>에서는 다양한(별별) 바다신에게 바치는 국가와 민간의 다양한 해양의례를 소개한다. 해신제 제문과 해신당 지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무복과 무구 자료(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 별신굿 보존회 소장), 우리나라 해역별 띠배 재현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마지막 4부 <다시 출항, 일상의 바다로 나아가다>에서는 바닷사람들이 다양한(별별) 바다신의 수호를 받으며 생업의 공간인 바다로 다시 나아가는 일상을 소개한다. 배의 출항을 상징하는 다양한 뱃기를 본 뒤 이를 그리는 체험으로 전시를 마치며 관람객들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뱃기 : 배의 출항을 상징하는 깃발로, 진수식ㆍ뱃고사ㆍ풍어제ㆍ마을 당제 등 바다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지역에 따라 상징 깃발이 있음

 

연제구 연산동에서 왔다는 장수연(57) 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별신굿을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땐 왜 하는지를 몰랐다. 이제 그것이 바닷사람들의 삶이고 신앙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간절했을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용오름이 용이 승천하는 것이 아님을 알며, 바다에 용왕이 없음을 아는 세상이다.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바다 사람들은 별신굿을 하고, 띠배를 띄우며, 자신의 수호신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해양박물관의 <별별 바다신(神)> 전시는 그들 옛 바닷사람들의 신앙에 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