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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판소리 명창과 대전 시민, 연정국악원 폭풍 속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제52회 판소리유파 대제전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17일 저녁 7시 대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주최한 제52회 판소리유파 대제전 열렸다.

 

청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한 명의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서사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공연예술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그로부터 20돌을 맞아 판소리 유파의 전설 곧 무형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이 전승받은 소리를 혼신을 다해 펼쳐 보인 것이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는 1902년 소춘대(원각사) 공연을 위한 조선 8도예인 등을 모아 만든 협률사로 시작되어 1933년도 조선 성악연구회, 1973년 (사)판소리보존연구회, 1995년 (사)한국판소리보존회로 이어온 지 어언 120여 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판소리가 2003년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도 20돌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려 판소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고제의 산실인 충청(대전) 지방에서 인간문화재 명창들이 판소리 5대가를 발표하는 제52회 판소리 유파 대제전을 엽니다.“라고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정순임 이사장은 인사말을 한다.

 

목원대학교 최혜진 교수가 사회를 본 공연은 먼저 박종숙 외 26인의 고향임예술단이 특별출연하여 <춘향가> ‘천자 뒷풀이’ 대목을 부른 데서 시작했다.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수석부이사장인 고향임 명창이 길러내는 제자들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배운 것을 선보여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들이 나서는 무대는 먼저 송순섭 명창이 동편제 <적벽가> 가운데 ‘새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87살의 고령임에도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은 여전한데 특히 새들이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청량감마저 들게 했다.

 

이어서 국가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인 김영자 명창이 서편제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청중들이 눈을 번쩍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불렀다. 또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인 유영애 명창이 동편제 <흥보가> 가운데 ‘흥보 셋째박 타는 대목’을 소리했는데 흥보가 맛을 잘 살려 주었다. 그리고 무대에는 특별출연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 이수자 홍명원 명무가 올라 <아리랑 살풀이춤>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서 다시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시간이다. 무대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인 정회석 명창이 서편제 <심청가> 가운데 ‘범피중류’를 부른다.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배를 타고 임당수로 가며 좌우의 산천경개를 읊는 부분으로 <심청가> 가운데 명창들이 즐겨 부르는 대목 아닌가? 보성소리의 전통을 4대째 이어오는 명창다운 소리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이며, 국가무형문화재 흥보가 보유자 정순임 명창이 동편제 <흥보가> 가운데 ‘흥보 매 맞는 대목’ 소리한다. 정순임 명창은 7살의 어린 나이부터 소릴 배워 무대에 수없이 오른 명창답게 걸쭉한 아니리로 청중들의 혼을 빼놓는다. 아니리로 청중들을 자지러지게 해놓고는 83살의 맑으면서 걸쭉한 소리로 정절에 도달해 역시 대명창임을 증명해 준다.

 

 

 

이윽고 대전이 낳은 큰 소리꾼 고향임 명창의 차례다.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 고향임 명창은 동초제 <춘향가> 가운데 ‘어사 장모상봉 대목’을 부른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완창 공연을 한 적 있는 명창답게 사설이 명쾌하고 힘 있는 소리를 해 청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역시 대전을 판소리의 고장으로 일어서게 한 저력을 확인해 준다.

 

계속해서 국가무형문화재 수궁가 보유자 김수연 명창이 동편제 <수궁가> 가운데 ‘별주부 산신제 지내는 대목’을 부르고, 국가무형문화재 흥보가 보유자인 이난초 명창이 동편제 <흥보가 가운데 ‘가난타령’을 소리했다. 김수연 명창과 이난초 명창 역시 국가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다운 맛깔스러운 공연을 펼쳤다.

 

 

 

 

이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전국 지부장들인 김옥진, 박미선, 김병혜, 정소영, 조성은, 김경아, 임봉금, 노은주 명창이 나서서 육자배기, 삼산은반락, 개고리타령, 서울삼각산 등의 남도민요를 신명나게 불러 청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들은 사실 각 판소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명창들로 판소리 한바탕을 불러도 될 만한 실력으로 품격 있는 민요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박미현(47, 교사) 씨는 "대전에 국가무형문화재 명창들이 오셔서 판소리 한바탕을 보여주심에 정말 감사드린다. 이런 대명창들의 소리를 한자리서 감상할 날이 또 있을런지 모르겠다.  오늘은 한국판소리보존회와 고향임 명창에게 큰 고마움을 전할 수밖에 없는 행복한 날이었다."라고 감격해마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져 곳곳에서 첫눈이 왔다는 소식이 들리는 날 보기 드물게 잘 지어진 연정국악원 큰마당은 청중들의 끊임없는 추임새로 후끈 달아올랐다. 606석의 1층 객석이 거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꽉 들어찬 것은 물론 다른 공연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온통 추임새 잔치가 벌어져 고령의 대명창들이 자시도 모르게 혼신의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이 공연에 청중으로 찾아와 청중들의 뜨거운 추임새와 함께 대전이 판소리의 성지로 태어나는 잔치마당이 되어 이번 공연은 크게 손뼉을 쳐줄 수밖에 없는 성공을 거두었음이 분명했다. 추운 날 연정국악원 큰마당은 하나 된 명창들과 청중들로 후끈해졌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