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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제대로 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는 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김영조, 도서출판 얼레빗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46]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매일 아침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편지>라는 이름으로 따끈따끈한 한국문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번개글(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책을 냈습니다. 2023년 5월 15일 쓴 머리말을 보니 우리문화편지는 올해로 4,800회가 넘었다고 하네요. 그 뒤로도 우리문화편지는 계속 쌓여가고 있을 테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런데도 김 소장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라고 합니다. 크으~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이면 그동안에도 이를 엮은 책이 있지 않았을까? 예! 그렇습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4번째 펴낸 책입니다.

 

 

김 소장은 이번에는 164편의 한국문화편지를 8장의 주제로 나누어 책에 실었습니다. 곧 1. 명절과 세시풍속, 2. 세시풍속과 철학, 3. 입을거리(한복과 꾸미개), 4. 먹거리(한식과 전통주), 5. 살림살이, 6. 굿거리(국악과 춤), 7. 배달말과 한글, 8. 문화재, 이렇게 8개의 장입니다. 그리고 글마다 삽화를 넣었는데, 대부분의 삽화는 이무송 작가가 그린 것입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볼까요?

 

1장 ‘명절과 세시풍속’에서는 ‘새해인사, 마침형 덕담으로 해볼까?’라는 글이 눈에 띕니다. 마침형 덕담이란 무엇일까요? 새해인사로 소원하는 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인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입니다. 이 글은 숙종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런데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소망하는 글을 보내면서 이미 쾌차한 것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저도 전에 박정숙 박사가 쓴 책 《조선의 한글편지》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헷갈렸습니다. 분명 소망을 비는 내용인데,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표현해서요. 그러다가 조선 시대에는 미래에 소망하는 것을 이렇게 이미 일어난 것처럼 표현한다는 것을 알았지요. 소망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인데, 요즘은 이런 표현 안 쓰지 않습니까? 이런 표현이 언제부터 사라진 것이지?

 

2장 제목은 ‘세시풍속과 철학’이네요. 우리 겨레의 세시풍속은 그저 생긴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깊은 철학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를테면 대한(大寒)은 춥지만, 희망을 잉태한 날이라고 합니다. 그렇지요. 추위가 극에 달한다는 것은 봄이 멀지 않다는 것이지요.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하듯이요.

 

제주도에서는 대한 뒤 5일에서 입춘 전 3일 동안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하여, 이사나 집수리 따위의 집안 손질은 이때 한답니다. 이는 모든 신이 염라대왕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여도 탈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네요. 제주도는 사투리만 알아듣기 힘들 만큼 강렬한 것이 아니라, 이런 민간 신앙도 다른 지방보다는 강한 것 같습니다.

 

3장 입을거리 가운데는 딸의 혼숫감으로 챙긴 살창고쟁이가 흥미를 끕니다. 고쟁이는 남자 바지와 비슷하지만, 밑이 터져있고 가랑이 통이 넓습니다. 그중에 살창고쟁이는 경북지역에서 많이 입던 여름용 고쟁이랍니다. 그런데 살창고쟁이는 특히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시집가는 딸에게 입혀 보낸다고 하네요. 신부가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으면 몹시 더울 테니 조금이라도 시원하라고요.

 

 

그렇지요. 조선시대에는 팬티를 안 입었으니, 밑이 뚫린 살창고쟁이를 입으면 조금이라도 시원하겠네요. 그리고 살창고쟁이에는 딸을 생각하는 또 하나의 친정어머니 사랑이 담겨있답니다. 살창고쟁이의 뚫린 구멍으로 신부의 흉이 새어나가 시집살이가 수월해지라고요. 제 생각에는 살창고쟁이에는 또 하나의 편리한 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밑이 뚫려있으니, 신부는 치마만 들어 올려도 급한 볼일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꿩 대신 닭’이란 말 있지요? 이게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아십니까? 4장 먹거리에 나오는 얘기인데, 원래 떡국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는 꿩고기가 으뜸이었답니다. 그런데 일반 백성에게 꿩고기는 구경하기 어려운 고기이니 대신 닭고기로 떡국의 국물을 낸 것이랍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이지요.

 

5장 살림살이에서는 빗접에 넣어두는 도구 가운데 퇴발낭(退髮囊)이 기억납니다. 빗질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가 많지요? 퇴발낭은 이렇게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놓는 기름종이입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모아둔 머리카락은 설날 저녁 문밖에서 태우는데, 그때 나는 냄새로 악귀나 나쁜 병이 물러간다고 믿었다는군요.

 

6장 굿거리에 나오는 서도민요 사설난봉가는 가사가 재미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이십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리 못 가서 되돌아오누나

에헹 어야 어야 더야 내 사랑아 에헤

 

하하! 민요 아리랑에서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것에 그치는데, 사설난봉가는 한술 더 떠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난다고 하네요. 그만큼 떠난 님이 그립고 원망스럽다는 것인데, 불한당 만나 자칫 병신되거나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어떡하려고? 난봉가 가사라 그런지 이것만이 아닙니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이 목매러 간다”라고 하는가 하면, “영감을 데리고 술장사하자니 밤잠을 못 자서 걱정이고, 총각을 데리고 뺑소니치자니 나만 한 사람이 실없어지누나”라고 합니다. 크크! 역시 우리 민요는 가사에 해학이 넘칩니다.

 

 

제7장 배달말과 한글에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김 소장님의 애정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자기 아내를 부를 때 ‘마누라’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아내를 편하게 허물없이 부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원래는 신분이 고귀한 여성에 대한 존칭이라네요. 흥선대원군이 1882년 명성황후에게 보낸 편지도 ‘뎐 마누라 젼’으로 시작한답니다. 그리고 요즘은 잘 안 쓰지만 아내를 부르는 말에 ‘이녁’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엄격히 보면 ‘이녁’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김수업 교수는 이를 아내와 남편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곧 한 사람이니 ‘이녁’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풀이한답니다.

 

마지막으로 8장 문화재에서 하나만 말씀드린다면 1979년 3월 부여 군수리에서 출토된 호자(虎子)입니다. 호랑이 모양 소변기인데 앙증맞게 생긴 것이 새끼 호랑이입니다. 백제 때 이동식 소변기가 있었군요. 호자에는 손잡이가 있는데, 그러면 이동식 소변기임이 짐작이 가지요? 아마 하인이 들고 다니다가 주인이 오줌 마렵다고 하면 얼른 대령하지 않았을까요? 그나저나 오줌을 싸다가 호랑이 모습을 보고 찔끔하여, 나오던 오줌발이 멈춰버리면 어떡하지요?

 

 

김 소장님! 매일 아침 우리문화편지를 보내주시는 소장님 덕분에 우리문화에 대한 상식이 나날이 늘어갑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니, 더욱 제 것이 되는군요. 소장님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재미난 한국문화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에서 한류를 꿈꾸는 이들이 ‘제대로 된 한국문화’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 요즘 ‘K 팝’, 'K 드라마‘에서 시작한 한국문화 바람이 아예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데, 소장님 바람대로 이 책이 전 세계 한류를 꿈꾸는 이들이 ‘제대로 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