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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가 부인을 대하는 법

[정운복의 아침시평 19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퇴계 이황 선생은 그 학문의 깊이에 비하여 여복이 참으로 없었던 사람입니다.

첫째 부인은 21살에 얻은 김해 허씨인데 27살에 병으로 사별합니다.

퇴계가 30살이 될 무렵,

퇴계가 사는 안동으로 문신 권질(權礩)이 유배되어 옵니다.

홀로 사는 퇴계에게 그는 이런 부탁을 하지요.

 

“자네 말일세. 나한테 딸아이가 하나 있네. 그 애가 본디는 괜찮았으나,

사화(士禍)로 인해 정신 줄을 놓아 좀 부족한 아이일세

가장 믿을 만한 이는 자네뿐이니, 제발 거두어 주게.”

 

그리하여 퇴계는 좀 모자란 권 씨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합니다.

어느 날 퇴계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큰형님 집으로 갑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데 갑자기 배 하나가 방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퇴계의 부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얼른 치마 속에 감춥니다.

권 씨는 큰 동서에게 혼나지만, 퇴계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퇴계는 부인 권 씨를 불러 "왜 그러셨소."라고 묻습니다.

"먹고 싶어서요."

조선 예법의 대가였지만 퇴계는 배를 손수 깎아 부인에게 먹여 주었다고 합니다.

 

또 하루는 권 씨가 흰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조금 태우고서는,

하필 붉은 옷감을 대고 기웠습니다.

그럼에도 퇴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입고 외출했지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경망스럽다고 탓했지만, 퇴계는 웃으면서 말하지요.

"허허, 모르는 소리 말게.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것이라네.

우리 부인이 좋은 일이 생기라고 해준 것인데 어찌 이상하단 말인가."

 

 

학문이 뛰어나다고 다 존경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퇴계는 주변의 시선이나, 예법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것이 존경스러운 것이지요.

 

사람이 우선입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사람보다 명예를 중히 여겨 명예살인이 일어나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사람보다 돈을 중히 여겨 황금만능의 자본주 폐해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특히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인본주의(人本主義)라고 부릅니다.

요즘 사회를 보면 재본주의(財本主義)나 권본주의(權本主義)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