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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조선 춤 방에서 만난, 민천식의 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6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한범의 우리음악이야기’는 판소리 <심청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젊은 소리꾼, “어연경의 심청가 발표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고 성창순(成昌順) 명창의 판소리 사랑 이야기, 그리고 판소리로 듣고 부르는 <심청가>는 슬픈 애심감자(哀心感者)의 소리로 계면소리라는 이야기, 까마귀의 반포지은(反哺之恩)이야기와 새벽을 알리는 반야진관에 있던 맹상군 이야기, 돛을 단 배가 넓은 바다 위로 유유히 떠가는 범피중류(泛彼中流) 이야기를 해 왔다.

 

소리 자체도 힘들고 어려운 것이 판소리라고 하지만, 대목마다 어려운 사설의 내용이 또한 많은 공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판소리의 유익한 감상을 위해서는 사설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심청가>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이번 주에는 지난해 10월 26일,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기획공연으로 열린 ‘일이관지(一以貫之)’ 이야기를 한다,

 

일이관지의 딸림 제목은 ‘조선 춤방’인데, 여기서 하는 공연 곧 조선 8도에서 춤 방의 맥을 이어 온 작품들이 선을 보이는 기획된 공연이었다. 당일의 무대는 황해도 지역의 권번(券番)에서 추어오던 민천식의 춤방과 양소운 춤방이 재현되었던 것이다. 특히, 두 명인의 춤방은 오랜 전통을 지닌 이북, 황해도 지역의 춤들이 현대에 와서 다시 살아나듯 한 분위기를 만들어 객석의 애호가들로부터 열띤 환호를 받기도 했다.

 

먼저 민천식 춤방의 작품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 작품들은 이북5도청 내에 황해도 지방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인, <화관무-花冠舞>를 비롯하여 <기본춤>과 <수건춤> 등인데, 이 춤들은 남쪽에서 연희되는 유사한 춤들과 비교가 되고 있어 관심을 끌 만했다.

 

 

민천식(閔千植, 1898∼1967) 명인은 어떤 예인이었나?.

 

그는 황해도 사리원 색동리가 고향이었고, 평양의 숭실중학교를 졸업하였다. 7살 때부터 애기 탈춤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며 점차 성장하면서 이윤화ㆍ박천만 등에게 봉산탈춤을 배웠다고 한다, 놀이와 탈춤 형식의 춤뿐만이 아니다. 화관무를 비롯해 기본춤이나 수건춤, 등에도 능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월남한 이후에는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거주하면서 남쪽의 소리꾼, 무용인 등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도가 마련되던 1960년대의 일이다. 강령탈춤과 함께 황해도 탈놀이의 으뜸을 이루었던 봉산탈춤(鳳山─)이 1967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당시였다. 목중이나 노장역의 김진옥(金辰玉)과 함께 놀량의 창(唱)이라든가, 사자의 마부 역을 소화해 낸, 민천식 등이 주요 고증자로 활동하였다는 이야기가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참고해 보면, 민천식 예인은 황해도의 전통놀이나 노래, 춤 등이 올곧게 전승되어 오는 데 있어, 절대적인 공로가 있는 명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주요 인물이라 할 것이다.

 

 

참고로 봉산탈춤 놀이는 5월 단오 행사, 또는 하지 때의 축제로 행해지던 놀이 형태의 집단 춤이었다는 점이다. 그 역사를 조금 더 거슬러 오르면, 20세기 초엽에는 이춘강을 비롯한 임재현ㆍ정순조ㆍ김봉학 등이 활동하고 있었고, 이들은 1930년대에 와서 이동벽ㆍ김경석ㆍ이윤화ㆍ김진관 등에게 전해 주었다고 한다. 그 뒤, 6·25전쟁 때 월남한 김진옥ㆍ민천식ㆍ이근성ㆍ이용익ㆍ양소운 등에 의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해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탈춤의 한 종목이다.

 

이날, 관심을 집중시킨 수건춤은 현재 민천식 전통춤의 계승자인 김나연 명인(황해도 무형문화재 화관무 명예보유자)과 동 예능보유자 차지언이 무대에 나와 민천식 특유의 <손목 사위>, <수건 뿌림>, 경쾌한 <발놀림>의 매력을 선보여 관객으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았다. 특히 민천식의 수건춤은 호기로우며 풍취를 담은 춤이었다. 무엇보다도 특기할 만한 사항은 80을 훌쩍 넘긴 고령의 제자, 김나연이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4분 남짓 무대에 올라 열연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보는 이들에겐 매우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관객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던 점을 지울 수가 없다.

 

열렬했던 김나연 명인의 무대를 이어받아, 세대를 잇는 오롯한 춤의 전승을 그대로 보여준 김나연의 제자이자 딸 차지언의 춤은 또한, 독특한 미감(美感)을 극대화하였기에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의 춤은 특히, 발끝으로 찍어내는 발놀림이라든가, 또는 어깨를 타고 흐르는 손목 놀림의 조화가 또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민천식의 기본무(基本舞)는 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 구성이 매우 특색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