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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무심거사의 단편소설 1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토요일 아침, 좀처럼 특근을 안 하는 김 과장은 오늘은 회사일로 좀 늦겠다고 아내에게 연막을 치고, 퇴근하자마자 약속한 다방으로 갔다. (필자 주: 당시에는 회사들은 토요일 오전에는 근무했다) 아가씨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다. 젊고 예쁜 아가씨를 보니 새삼스럽게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고급 식당에서 연인처럼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숍에서 자메이카 커피까지 마셨다. 창밖을 보니 청춘 남녀들이 다정하게 웃으며 걷고 있었다. 햇볕이 따사로웠다.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였다.

 

“미스 나,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김 과장이 슬쩍 유혹의 말을 던졌다.

“네, 좋아요.” 아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김 과장이 운전하는 프라이드 승용차는 올림픽 대로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창밖의 경치가 시원했다. 도시의 우중충한 빌딩과 좁은 사무실, 그리고 인파 속에서 지내다가 모처럼 시속 110km로 달리니 시원했다. 먼 산과 푸른 숲, 물이 흐르는 하천과 작은 집들을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미스 나도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김 과장은 차의 라디오를 틀었다. 시기적절하게도 라디오에서는 최성수가 부른 인기 가요 <남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밤만… 내게 있어 줘요… 더 이상 바라진 않겠어요…’

 

 

김 과장이 다시 한번 유혹의 말을 던져 보았다.

“날씨가 참 좋네. 어디 러브호텔에서 쉬었다 갈까?”

“……”

 

아가씨는 못 들은 체 잠잠히 있었다. 아하, 오늘의 운세가 좋았나보다! 여자의 침묵은 Yes 아닌가? 결혼 뒤 처음으로 미지의 세계를 경험할 절호의 기회가 왔구나! 그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걸 어떻게 할까? 선을 넘어야 하나 참아야 하나?’

‘곧 시집간다는데 그래서야 쓰나.’

‘집에 가서 아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나.’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데.’

'나중에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

 

김 과장의 마음속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일요일, 교회에 가야 하는데. 제기랄, 예수를 믿어도 좀 늦게 믿을 걸 그랬네. 십자가의 오른쪽 강도(필자 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에 오른쪽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강도로서 죽기 직전에 회개하여 구원을 얻었다)처럼 죽기 직전에 믿어야 하는 건데. 일찍 교인이 된 게 후회스러웠다. 인생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면 죽기 직전에 예수 믿고 구원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최대한으로 이 세상의 쾌락과 저세상에서의 영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묘안이므로. 슈퍼컴퓨터로 ‘인생 최대 행복 찾기 프로그램’을 돌려 보아도 해답은 그렇게 나올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