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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6월은 다시 오는데

언제나 전쟁 걱정 없이 유월 생명의 환희가 올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2]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주 봄이 너무 빠르게 가고 있다는 한탄을 하며 감성에 빠지다 정신을 조금 차려보니 문득 한 해의 시곗바늘이 5월을 지나 내일모레 6월을 가리키려 하고 있다. 어이쿠 벌써 6월인가? 한겨울 춥다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였는데 이제 봄도 다 가고 일 년의 절반의 고비를 향해 시간이 달려가고 있음을 다시 느낀다. 이미 연한 봄기운을 벗어버리고 왕성한 젊음을 과시하려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새들의 지저귐을 향신료처럼 맛보는 사이에 이제 6월이구나.​

 

계속되는 고온과 때때로 알맞게 내리는 비로 우리들 대부분이 사는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의 담벼락마다는 넝쿨장미가 제 세상인 듯 폼잡고 피어있다. 그 장미들이 너무 심하게 자기자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찬란한 아침이면

족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어도

응어리진 채 떠난 수많은 이들에겐

짙은 녹음조차 부끄러운 나날인데

남은 자들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게다가 어찌 모두

빨간 장미만 쫓고 있는가 ​

 

그래도 묵묵히

황허한 골짜기를 지키고 있는 건

이름 모를 나무와 한결같은 바람인데

가슴을 저미는 것은 풀잎의 노래인데

유월에 들면 잠시라도

영혼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 임영준, <6월의 향기​>

 

그래, 유월은 장미계절이기는 하나 그 아름다움이나 녹음방초를 상찬만 하면서 지낼 일은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에 새 국회가 열리면 이제 다시 우리는 정치 과잉의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지난 시간의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고 이에 맞서서 나라를 안정되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방어논리가 그만큼 강하게 돌출될 것이기에 새달 6월은 편안하게 꽃구경하고 지내기가 쉽지 않을 시기인 것 같다.

 

그렇지만 6월은 사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한 달이다.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이 70년을 훌쩍 넘기면서 그 당시 나라를 위해 젊은 피를 흘린 선열들을 점차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필 이달에 전쟁이 시작되어 뜨거운 태양 아래 총을 들고 포탄과 총알을 피해 뛰어다니고 진격과 철수를 반복하면서 흘린 그 많은 땀을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는 생각해 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때 스무살 앞뒤의 청년으로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살아남은 분들도 이제는 90이 넘어 100살에 이르니 생존자들의 기억도 우리가 공유하기 힘든 때가 되었다. 그만큼 70여 년 전 이 6월에 우리가 흘린 눈물과 고통은 기억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 네 눈물 아끼지 말고

후련하게 흘려 봐

단, 한 방울도 버리지 말고

우럭우럭 씹어 봐

살맛 나게 더욱 힘 있게 삼켜 봐

산하에 뿌려진 6월의 넋,

붉은 장미 서럽게 잎 진 자리 새순 돋아나게

햇살 한 줌,

바람의 아들로나 달려가 봐

어둔 땅 희뜩한 강산에 꽃동산 만발하게

주렁주렁 겨레의 훈장 달고

60년 동강 난 핏빛 산허리 둘러보고 와,

무명의 혼백 다시 살아오게

서러운 눈동자 모두 거두어

찬란한 강토에 안온한 유택 곱게 마련하고,

그대여 들리는가?

땅을 치며 조국을 위해 통곡해 봐!

                                      ... 박종영, <6월은 다시 오는데​>

 

7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가면 잊힐 것으로 생각했지만 더욱 간절하고 가슴에 매이는 것은, 우리들이 무슨 기념일, 몇 주년이 어떻고 하는, 우리나라의 그런 기념식만 넘기면 된다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인가? 아닐 것이다. 잊힐 만하면 다시 생기는 남과 북의 긴장, 그리고 여전히 열리지 않는 155마일 휴전선의 철책 때문일 것이다. 더욱 높아지고 강해지는 철책선 너머로 서로 대결을 위해 무기를 갖다 놓고 더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

 

 

 

6월의 온 산하가 푸르러도

서 있는 이 땅이 붉은 것은

어둠 속에서,

골짜기에서,

금수강산 지키려 장렬히 산화한

내 동포의 핏빛인 것을

이제야 알것다!

6월의 맑던 하늘에 태풍 몰려와

우르릉 쾅쾅 울부짖으며

외솔나무,

느티나무,

곁가지 흔드는 것은

내 동포의 서러움이 허공에 아직도 남아 있음을

                                                  ... 윤인환, <호국의 달, 6월>

 

우리는 언제쯤이나 유월에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남북의 허리는 언제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전쟁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쯤 정말로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진심으로 서로를 손잡고 껴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로 언제나 전쟁의 걱정 없이 유월 생명의 환희를 논할 수 있을까? ​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 나명욱, <6월에는>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