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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문학100리길' 답사기

허생원이 쉬어가던 노루목 고개

효석문학100리길 제1구간 답사기 (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황병무 선생은 나무와 야생화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하천가에 잎은 하나도 없고, 가지만 남은 나무를 보더니 이름이 ‘붉나무’라고 설명한다. 가을이 되면 가장 먼저 예쁜 빨간색으로 단풍이 드는 이 붉나무의 별명은 소금나무란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열매에서 짠맛이 나기 때문에 과거에 소금이 귀한 시절에는 소금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는 얘기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데, 독성이 약하기는 하지만 일부 예민한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가 있다고 한다.

 

 

나는 나무의 잎과 꽃을 보아야 나무 이름을 추측하는데, 줄기만 보고서는 무슨 나무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겨울나무 쉽게 찾기>라는 책을 쓴 윤주복이라는 나무 전문가는 줄기만 보고서도 424종의 나무 이름을 알아낸다. 나도 그 책을 사두었는데 읽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겨울나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농수로를 따라 걷다가 약간 넓은 공간을 발견하고 우리는 12시 15분에 두 번째로 쉬었다. 김수용 선생은 젊은 시절 암벽을 탔던 산악인이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에 대해서 잘 안다. 이날도 산악인답게 가장 큰 배낭을 짊어지고 왔다. 아주 커다란 커피통에 커피를 타 와서 우리는 두 번이나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12시 30분에 다시 출발했다.

 

조금 더 가니 의자 두 개나 있는 쉼터가 나타난다. 평창군청에서 만들어 놓은 쉼터였다. 이러한 쉼터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는 여기서 쉬었을 것이다.

 

 

오른쪽은 얕은 산이다. 헐벗은 나무들 사이에서 노란 꽃이 핀 나무가 가끔 보인다. 산에 있는 나무 가운데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생강나무다.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먼저 핀다. 꽃이 얼핏 보면 산수유와 비슷하다. 생강나무와 산수유의 차이점은 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산수유는 줄기가 껍질이 일어나서 지저분하다. 생강나무 줄기는 매끈하다. 조금 더 가자, 농수로 길이 끝나고 포장된 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백옥포1교를 건넜다. 흥정천은 백옥포1교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다리를 건너면 삼거리인데 우리는 좌회전하여 장평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자, 표지판이 나타나 오른쪽 좁은 길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조용한 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니 오른쪽에 노루목 고개를 알리는 돌 비석이 보인다. 비석에는 다섯 줄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허생원이 쉬어가던 고개

 

   허생원은 숨이 차 몇 번이고 다리

   를 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이가 알렸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만 경사가 급해 보여서 우리는 올라가지는 않았다.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자, 하천이 나타났다. 이 하천은 계방산에서 발원하여 속사리를 지나 흘러내리는 속사천이다. 하천 건너편으로는 장평과 대화를 잇는 31번 국도가 지나간다. 우리는 하천 오른쪽에 있는 둑길을 걷는다. 둑길은 차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콘크리트 길이었다. 속사천 따라 조금 내려가자 커다란 조형물이 나타났다. 허생원을 업고 있는 동이와 짐을 실은 나귀가 있다.

 

 

조금 아래쪽에 여울목을 알리는 돌비석이 서 있다. 돌비석에는 5줄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허생원과 동이 나귀가 건너던 곳

 

   물은 깊어 허리에 찼다. 속물살도 어

   지간히 센데다가 발에 채이는 돌멩이

   도 미끄러워 금시에 훌칠 듯하였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그런데, 누군가가 비석 표면을 긁어놓아서 보기에 흉했다. 비석을 교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띄어쓰기도 마음에 안 들었다. 이왕 비석을 교체한다면 띄어쓰기도 수정하면 좋겠다.

 

오늘의 종착지인 여울목에 도착한 시간은 1시 10분이었다. 제1구간 7.8 km를 걷는 데에 3시간이 걸렸다.

 

<답사기 추가 자료>

 

호기심이 많은 나는 답사가 끝나고 며칠 뒤에 노루목 고개를 다시 찾아가 보았다. 험한 고개는 아니었다. 정상까지는 5분이면 도착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백옥포리 쪽으로 고속도로가 보인다. 내려가는 옛길이 뚜렷하게 보였다. 길 따라 내려가니 사람이 안 다녀서 거칠기는 해도 충분히 다닐만한 길이 이어진다. 아래로 내려가니 수로가 나타난다. 수로 따라 걸어가니 회사 건물 앞에서 큰길과 만난다. 이 길은 장평에서 음식문화체험관 쪽으로 가는 2차선 포장도로이다.

 

 

 

우리가 걸은 길은 카카오맵에서 확인한 제1구간 진로였다. 효석문학100리길 표지판도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평창군에서 펴낸 《효석문학100리길》 소책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노루목 구간이 다르다. 우리가 걸었던 구간이 아니다. 내가 확인하려고 혼자 걸었던 길이 제대로 된 구간이며 소설 속의 허생원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평창군에서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루목 고개 옛길은 조금만 손보면 답사자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허생원이 걸었던 바로 그 노루목 고개를 답사자가 걸어본다면 멋진 체험이 아니겠는가?

 

<참고자료>

이효석 작가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손말틀(휴대폰)로 읽어보고 싶은 독자는 아래 주소로 들어가면 된다.

https://cafe.daum.net/suwonprofessor/RJe1/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