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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청개구리들의 세상

아무 죄도 없는 개구리에 대해 짜증을 내는 세태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7]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장마철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살판이 난 동물세상이 있다. 바로 개구리들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조경을 위해 파놓은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정말 제 세상을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인다. 몇 마리가 그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막이 멍멍하다. 거기 돌맹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잠시 조용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운다. 그 울음소리가 그야말로 개골개골하기에 혹은 귀를 멍멍하게 하기에 이 작은 동물의 이름도 개구리나 맹꽁이일 것이다.

 

자기들이 제철을 만나 신이 나서 우는 것은 좋지만 그게 사람에 따라서 듣기에 무척 괴롭고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기분이 울적할 때는 이렇게 너무 시끄럽게 우는 것을 들으면 심사가 뒤틀린다. 조선왕조 광해군, 인조 때 글을 잘해 유명해진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28)는 한양의 서쪽에 살면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모양이다.

 

생육하고 번식하여 / 生育繁息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데 / 厥麗不億

이때다 생각하고 / 乘時得意

떠들썩하게 기분 내며 / 叫呶自嬉

패거리들 이끌고 와 / 命儔引類

턱을 치 받들고는 / 張頷樹頤

한목소리로 합창하니 / 齊聲合響

내분이나 싸움이 일어난 듯 / 若訌若爭

개굴개굴 개골개골 / 閤閤殷殷

밤도 낮도 없도다 / 靡晦靡明

                       ... 장유, ‘개구리울음에 관한 부(蛙鳴賦)’

 

 

 

이런 소리를 들으면 여름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공연히 속도 없이 우는 이 미물(微物)들에게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갑자기 터지는 소리에 몸이 말을 안 듣고 / 卒然聞此形神不攝

보고 듣기가 너무 곤혹스러워 / 視聽煩惑

거문고 타는 것도 중단하고 / 絃歌中輟

읽던 책도 그만 내려놓게 되었도다 / 佔畢廢閣

눈 감아도 안정 안 되고 / 瞑不安榻

좌불안석의 상태가 되어 / 坐不帖席

미친 듯 취한 듯 어지럽고 가슴 아파 / 若狂若酲瞀亂陫側

 

이런 개구리들이 봄 여름에 우는 것이 조선시대만 그랬으랴, 그 천, 수천 년 전 중국에서도 그랬을 것이기에 중국 주나라 사람들은 여름에 개구리나 맹꽁이를 퇴치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벼슬아치를 만들고 그 이름을 괵씨(蟈氏)라고 했다고 한다. 괵씨가 개구리나 맹꽁이를 퇴치하는 방법은 아직 씨가 열지 않는 국화(菊花), 곧 숫국화(한자로는 모국-牡鞠)를 불에 태워 그 재를 뿌리는 것이란다. 그러면 개구리나 맹꽁이가 죽는다고 알려져 왔다. 그래서 장유 선생도 이 방법을 시도해 본다.

 

국씨​에게 명을 내려 장정들 불러모아 / 方將命蟈氏勅健僕

시험 삼아 재도 한 번 뿌려 보고 / 試洒灰之方

작대기로 호되게 혼내주려 하였도다 / 兼箠扶之策

이렇게 추한 놈들 없애 버리고 / 悉群醜以殲殄

나쁜 종자 더 퍼지지 않게끔 하여 / 靡易種以遺育

눈꼴 사나운 것 다 사라지게 하면 / 去所憎於耳目

그땐 마음이 시원 통쾌하겠는데 / 然後得以婾快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 事固有不如意者

혼자서 신음하며 탄식하고 말았구나 / 獨沈吟而永喟

 

그렇게 속을 혼자서 끓이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손님이 그 사정을 듣고는 한마디 한다.

 

어떤 손이 지나가며 웃고서 말하기를 / 客有過而哂者曰

심하도다 그대의 미혹됨이여 / 甚矣子之惑也

변덕스러운 사람의 생리는 물론 / 蓋未通乎人理之變

만물의 속성 아직도 모르도다 / 與夫物性之適者也

넓고 넓은 우주 안에 / 芒蕩大包

온갖 종류 다 함께 태어나면서 / 萬類並生

형체와 기운을 선천적으로 타고나 / 稟形受氣

각자 생긴 대로 울어 대나니 / 天機自鳴

타고난 성품대로 생각을 표현함이지 / 各率其性而宣其情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그러는 것 아니지 / 非以供乎吾人之瞻聆

               ... 가운데 줄임

그대가 어떻게 만물들의 다양한 삶들을 / 子安能使蠢動之夥聲形之繁

그대의 눈요깃감이 되게 할 수 있겠으며 / 擧以充子之娛樂

만물도 어떻게 자기 천성을 굽히고서 / 彼又安能易己之性枉己之天

그대의 눈과 귀만 즐겁게 해줄 수 있겠는가 / 惟以悅子之耳目

 

 

 

쉽게 말하면 개구리는 자기 타고난 대로 살며 울며 하는 것인데 그들에게 당신이 듣고 싶고 좋아하는 소리만 내라고 할 수 있느냐, 그들도 다 자기 본성대로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서 사람들도 다 생각이 다르고 처지가 달라도 자기 뜻대로 사는 것인데,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도 다 당신의 뜻과 같기를 바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머리 좋으신 장유 선생도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다. 초여름 시끄러운 개구리울음도 자연의 질서와 법칙을 가르쳐주는 큰 교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간세상을 돌아보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듣지를 않고, 자기들 귀에 시끄럽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비난하고 모함해서 반드시 죽이려고까지 하지 않느냐, 그것에 견주면 개구리는 아무 죄도 없는데, 그에 대해 짜증을 내고 그들을 쫓아내 버리려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지금 그대는 자기만을 근본으로 하고 남은 달리 보아 / 今子本身而異物

자기 본능에만 집착하고 세상풍진에 염증내는 나머지 / 滯根而厭塵

대자연의 소리는 모두 고르고 같은 것이어서 / 不知夫天籟之均寓

트이든 막히든 근원이 같음을 알지 못한 채 / 通塞之同源

기필코 대상을 없애어 기분을 풀려고 하니 / 必欲殄天物而逞吾志

그것이 이치에 어두워 인을 해치는 게 아니겠는가 / 無乃蔽於理而傷於仁者耶

아니면 잔재미에 맛 들여 큰 걱정은 망각하고 / 抑且翫細娛而遺大患

작은 고민만 없애려 할 뿐 큰 해악은 피해 가니 / 除小惱而恬巨害

개구리 소리 시끄럽다고 싫어할 줄만 알 뿐 / 徒知惡蛙鳴之閙吾耳

큰 개구리의 시끄러움이 해악임을 생각지 않으니 / 不念夫大蛙大閙之爲可惡之大者

경위를 몰라도 유분수지 / 類之不充

어쩌면 그리도 어리석은가 / 何其昧耶

                                                                               ... 장유 ‘개구리 울음에 관한 부[蛙鳴賦]’

 

계곡 장유는 광해군 이후 인조반정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그 자신 정치인들의 정권을 위한 비판과 모함, 음모, 왕실과 나라보다도 개인의 영달을 위한 지식인들의 온갖 추태를 다 보아왔을 것이기에 여름 한 철 자신들이 좋아서 우는 천진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그것을 시끄러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통해 인간세상의 추악함을 160여 줄에 이르는 긴 부(賦)로 비판한 것이리라.

 

 

이 여름 개구리 소리가 시끄러운 것은 집 주위의 물웅덩이나 논만이 아니다. 한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큰 섬도 매일 시끄러운 것 같다. 이곳에도 개구리들이 사는데, 혹 청개구리들이 사는가 싶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매번 반대로 하니 말이다. 우리들의 삶을 위한 정책을 아무리 법안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도 이를 통과시키는 것은 뒷전이고 허구한 날 누가 잘했니, 못했니 음모나 비리가 있니 없니, 자격이 있니 없니 하며 들쑤시고 맞대응하고 하는 것이 개구리 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한강변에 더 많은 진짜 개구리가 널리 퍼져 나와서 더욱 크게 울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여의도 섬에서 넘치는 꾼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그 속에 묻혀서 들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