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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이야기》, 봄 가뭄에 단비 같은 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김영조)》를 읽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영조 선생이 펴낸 《한국문화 이야기》는 봄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책이다. 우리의 뿌리인 전통문화가 먼 나라 이문화처럼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데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글과 책이 너무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 점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쉽고 산뜻하여 잘 읽힌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게다가 장황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

 

 

지은이는 특히 우리 글 우리 말을 되살려 쓰는 데 공을 그윽이 들였다. 외래어 오남용으로 우리 글 우리말이 누더기가 되어버린 우울한 시대를 이 책은 작고 맑은 소리로 일깨운다.

 

또한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꿔쓰자는 제안도 신선하다. 이를테면 ‘문학’ 대신 ‘말꽃’을 쓰자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리터러처(literature)라고 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문학’이라 뒤쳐(번역)쓰고 있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습니다. 문학은 글월 ‘문(文)’ 자 뒤에 배울 학(學)’ 자를 붙인 말인데 예술을 뜻하는 말에 왜 배울 ‘학(學)’ 자를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말꽃’은 새로 태어나 아직 낯설지만, 이미 ‘이야기꽃’이나 ‘웃음꽃’ 같이 정다운 말들이 쓰이고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의 근본을 이루는 전통문화를 쉽게 알려주고 아울러 쉬운 우리 글과 우리 말의 살가움과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을 우리 청소년들이 가까이했으면 좋겠다. 좀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는 어린이들에게도 이 책을 군데군데 읽어 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옛 풍속 가운데서 오늘날에 되살려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오늘날 서양풍에 물든 청소년들을 매료시킬 소재들을 전통문화 속에서 찾아내 진화시켜 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은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숨 쉬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풍속의 숨결과 그 속에 담긴 뜻을 불현듯 되살려 준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값어치가 아닌가 한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있었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는데…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하지요.”

 

 

요즈음 서울 인사동이나 경복궁에 가보면 한복을 입고 관광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는 벗어 던져 거들떠보지 않는 우리의 옷을 외국인들이 이처럼 애호하는 모습은 뿌듯하기도 하고 야릇한 느낌도 든다. 우리 옷과 음식에 대해서 이 책은 살갗에 스치듯, 혀에 감기듯, 마음을 적시듯 이야기 해준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하면 떠돌며 얻어먹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숭례문 밖으로 수없이 몰려 들었지요. 그때 어떤 부잣집에서는 이들을 위해 빈대떡을 만들어 소달구지에 싣고 와서는 ‘OO집의 적선이오!’ 하면서 나눠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을 ‘빈자(貧者)떡’이라고 불렀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떡으로 생각했다고 하지요. 곧 빈대떡은 우리 겨레가 만든 나눔의 음식이었습니다.”

 

지은이는 우리의 옛 미술품과 도자기를 향한 옴살스럽고 그윽한 시선을 드러내 준다. 저자의 시선을 타고 우리는 선조들의 작품을 만나 흐뭇한 웃음을 피울 수 있다.

 

“조선시대 때 주로 유행했던 백자 가운데 병(甁)은 기본적으로 술병입니다… 그런데 여기 기발하게도 병목에 질끈 동여맨 끈을 무늬로 그려 넣은 보물 ‘백자절화끈무늬병’도 있지요. 이는 옛날 술병을 쓸 때 병목에 끈을 동여매 걸어놓곤 했던 것을 무늬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병을 빚은 도공은 술을 마시다가 남으면 술병을 허리춤에 차고 가라는 뜻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도공의 기가 막힌 상상력 그리고 익살맞고 여유가 살아 있는 명작입니다.”

 

 

우리문화를 조금이라도 또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영조 선생이 펴낸 이 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읽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