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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

진정한 칭기즈칸의 후예, 한국과 새로운 형제국으로 동반 발전하기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5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세계 최대의 제국이 있었다. 자국의 강력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동유럽을 정복했다. 서쪽 끝으로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부터 동쪽 끝으로 사할린까지 남쪽 끝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까지를 아우르는 단일 대제국이었다.

 

이 제국으로 동양과 서양이 모두 한 나라에 속하게 되어, "모든 나라들은 누구도 누구한테서도 어떠한 폭행도 당하지 않은 채 황금 쟁반을 머리에 이고 해가 뜨는 땅에서 해가 지는 땅까지 여행할 수 있었다." 1206년 건국 이후 1368년 명나라에 의해 고비사막 일대로 축소되기 전까지 이 제국은 곧 세계 그 자체였고 이들에 의해 세계사라는 개념이 생겼다. 이 대제국을 이룬 주인공은 칭기즈칸이었고, 주역은 몽골족이었다. 100만 명도 안 되는 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는가?

 

2024년 7월초 몽골 여행에 나선 필자는 7월10일 오전 10시 몽골의 수고 울란바토르의 거대한 중앙광장에 있었다. 광장에는 전통적인 병사 복장을 한 의장대와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고 광장 끝 몽골정부청사 앞 계단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곧 거대한 몽고 국기가 등장했다.

 

 

마침 이날이 몽골의 독립기념일이었다. 1921년 7월 10일의 일이었다. 당시까지 중국 치하에 있다가 독립영웅 수흐바타르의 영도 아래 독립을 선포한 날이었다. 몽골인들은 거대한 국기를 게양하고 의장대 사열 등으로 군대를 가진 독립국임을 안팎에 다시 과시했다. 정부종합청사 앞 광장에 서 있는 말을 탄 인물상이 바로 독립영웅을 기리는 동상이고 그를 기려 이 광장의 이름도 수흐바타르이다.

 

우리들은 원나라의 황실이 명나라에 쫓겨 고비사막 쪽으로 물러간 이후의 몽골족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명나라의 영락제가 이들의 잔존 부족세력을 치기 위해 몇 차례 원정전을 했고, 청나라에 와서는 몽골초원에 갈단이란 지도자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자 강희제가 큰 정복전쟁을 치렀으며, 건륭제에 의해 잔존세력이 완전히 무너진 정도를 알 뿐이다.

 

그런 이후 이들 몽골족은 중국의 일부로서만 존재했다가 1910년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인들의 도움을 활용해 중국의 통치에서 벗어나 1921년에 몽골인들의 나라를 다시 세운 것이니 그들에게는 수흐바타르라는 독입영웅이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한 역사가 이 광장에 서려 있는 것이다.

 

 

독립기념 행사가 끝난 뒤 몽골군의 시가행진이 펼쳐졌다. 나담축제를 보러 온 많은 외국인이 광장을 메웠다. 지휘부를 선두로 해서 의장대들이 차례를 등장하는데 이런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고 눈길을 끈 것은 고대 복장의 의장대와 말을 탄 몽고기병들의 등장이었다. 드넓은 초원과 사막을 누비던 몽고 병사들이 600여 년 만에 우리들에게 다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기념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끊어지다가 모처럼 크게 펼친 행진이란다.

 

 

다만 군대 행진이지만 무기류는 참여하지 않았고 병사들만 나온다. 거대한 두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독자적인 무장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인구 350만 명의 작은 나라 규모 나름대로 군대를 키우고 있음을 알겠다.

 

몽골인들은 이 독립기념일 다음 날인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나담축제를 연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말타기, 활쏘기 씨름 등 3종목으로 전국에서 예전전을 치르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것인데 전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큰잔치다.

 

 

 

몽골은 칭기즈칸의 나라였다. 지금도 칭기즈칸의 나라다. 도처에 그 이름과 얼굴과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과거 동서양을 아우르는 큰 나라를 이루었다가 지금은 인구 350만의 작은 나라로 변했지만, 이들에게는 과거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얼굴이나 신체 특성, 언어의 발성법 등에서 우리와 상당히 가까운 민족이고, 그 시원은 고구려시대의 말갈족으로 보이지만 친절하고 친밀하다. 또 여름에 서늘한 기후적 특성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한 해에 15만 명 이상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에서 과거 고려시대 우리나라를 침략한 역사를 다시 더듬어보기는 쉽지 않다. 원나라 때의 성곽과 도시들은 폐허가 되었다. 이제는 사막과 초원을 안고 있는 상황이지만, 몽골인들은 한국의 협력을 간절히 원하고 있어 우리들과의 관계가 나날이 돈독해지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중국 북경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내몽골 지방을 다녀왔지만 이제 이곳 몽골공화국을 다녀보며 이들이 진정한 칭기즈칸의 후예임을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득한 과거 형제국이었던 이 나라가 이제 솔롱고스의 나라, 무지개의 나라인 현대의 우리 한국과 새로운 형제국으로 동반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